상추상자속에 숨겨 계산대 통과… 1년간 81차례 1300만원어치
‘여기에 숨기면 아무도 모르겠지.’ 이모 씨(47)는 카트 한 가득 삼겹살과 한우 등심을 담고 유유히 채소 코너로 향했다. 상추 박스의 포장을 풀고 카트의 고기를 상추더미 속에 숨긴 뒤 다시 끈으로 묶었다. 범행을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후 5∼7시 점원들이 교대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를 노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에도 이 씨는 같은 수법으로 상추 박스 안에 90만 원 상당의 한우 등심 3팩을 숨겼지만 상추 값 7만 원만 지불했다. 이런 식으로 그는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서울 서초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81차례에 걸쳐 1300만 원어치의 고기를 훔쳤다.
훔친 고기는 서울 관악구에 있는 자신의 정육점으로 가져와 되팔았다. 장사가 잘되지 않아 가게 월세도 제때 내지 못한 이 씨는 이 고기를 25% 할인 판매해 남긴 돈을 임차료, 생활비 등에 썼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