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女보육교사 스스로 목숨 끊어… “보육원에 유기… 꼭 찾아달라” 유서
친딸을 버렸다는 죄책감은 18년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였다. 최모 씨(47·여)는 18년 전 생후 8개월 된 딸을 부산의 A보육원에 내버리고 사망신고를 했다. 선천성 장애를 가진 자식을 키울 자신이 없었다. 남편에게는 뒤늦게야 털어놓았고, 남편은 아내를 생각해 침묵하기로 했다.
최 씨 부부가 2년 뒤 낳은 아들은 번듯한 고등학생으로 성장했다.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꾸만 딸이 생각났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던 최 씨는 해맑은 아이들을 보면서 견디기 힘든 우울증에 시달렸다.
결국 지난달 29일 밧줄을 사들고 혼자 서울 금천구의 한 호텔로 갔다. 직장생활 때문에 지방에 머무는 남편과 주말이면 자주 묵는 호텔이었다. 남편에게 “아들을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휴대전화를 껐다. 불안해진 남편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서울에 있는 처남에게 다급히 구조를 요청했다.
최 씨의 시신 옆에는 유서가 놓여 있었다. ‘버린 딸을 죽은 셈 치고 살려고 해도 살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 뚜렷해져 견디기 힘들었다. 꼭 찾아 달라’는 내용이었다. 서울 금천경찰서 관계자는 “아동학대 관련 뉴스가 최근 자주 보도되면서 숨진 최 씨의 고통이 커졌을 것”이라면서도 “18년 전 아동유기 혐의가 있는지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김유빈 채널A 기자 eub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