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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옥시, 불리한 자료 대거 삭제…증거인멸 의혹

입력 | 2016-04-20 09:30:00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가운데 제조판매업체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가 압수수색을 앞두고 조직적으로 증거인멸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

20일 노컷뉴스는 옥시가 2월 검찰의 압수수색을 앞두고 증거인멸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 출범 일주일도 안 된 시점에서 처음으로 압수수색이 있었는데 이때 증거물을 없앴다는 것이다.

검찰은 옥시 측이 문제의 PHMG인산염 성분 제조사인 SK케미칼이 제공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일괄 폐기한 단서를 확보했다.

옥시는 2001년부터 SK케미칼이 제조한 PHMG 인산염 성분(원료명: SKYBIO 1125)을 함유한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시장에 판매해왔다.

당시 SK케미칼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MSMD를 첨부해 원료를 공급했다. MSMD는 화학물질의 안전한 사용·관리를 위해 주요 성분과 주의사항을 담은 자료다. SK 케미칼이 첨부한 MSMD는 ‘SKYBIO 1125’를 유해물질로 분류하고 먹거나 마시거나 흡입하지 않도록 경고하는 내용을 담아 담당자 이메일을 통해 정보를 제공했다.

이 자료들은 해당 제품이 호흡기로 흡입되면 인체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옥시 측이 어느 정도 인지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암시할 수 있는 유력한 자료가 될 수 있다. 이에 차후 민·형사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옥시 측은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될 수 있다.

그런데 확인한 결과, 2001년부터 보건당국이 제품 수거와 함께 판매 중단을 명령한 2011년 말까지 10년 치의 MSMD를 옥시 측이 통째로 폐기 또는 삭제한 사실을 확인한 것.

검찰은 압수물 등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를 검토 대조하는 과정에서 옥시 측이 내부 논의를 한 이메일과 서류 등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포착했다.

경찰은 이 압수수색을 압두고 옥시가 임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대거 삭제하고 보고서 등의 서류들을 빼돌리는 등 증거인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옥시 측 관계자들을 소환해 증거 인멸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증거인멸 과정에서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조사하게 될 전망이다.

옥시는 현재까지 인정된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 146명 가운데 가장 많은 103명의 피해자를 낸 업체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