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차기사 차문 닫고 도망뒤 신고… 경찰 “언뜻 보면 흉기로 보여”
16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대로의 구리암사대교 진입로. 냉동탑차 운전자 윤모 씨(36)가 먼저 진입하려 하자 직진하던 흰색 외제 승용차가 속도를 높여 추월했다. 양보운전을 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난 윤 씨는 항의 표시로 상향등을 네 번 켰다. 이에 격분한 외제차 운전자 한모 씨(49)가 급제동한 뒤 내려 윤 씨에게 다가가며 “내려”라고 외쳤다. 그러자 윤 씨는 “외제차를 타고 다니니 돈 많겠네”라며 “때리지도 못하면서 왜 내리라고 하냐”고 빈정댔다.
갑자기 한 씨는 자신의 차량으로 사라졌다. 다음 순간 윤 씨는 눈을 의심했다. 한 씨가 칼처럼 보이는 물건을 손에 쥐고 달려들고 있었다. 급히 차에 올라 운전석 문을 닫았지만 한 씨는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했다. 공포를 느낀 윤 씨는 서둘러 차를 몰고 도망치며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한 씨가 들고 온 것은 나무로 만든 24cm 길이의 단검(사진)이었다. 군 복무 시절 특공무술을 배운 한 씨는 단검술을 연마하다가 특공무술도장 운영을 준비하느라 목단검을 소지하고 다녔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한 씨를 특수협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한 씨가 목검을 검정 테이프로 둘둘 감아서 언뜻 보면 흉기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