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세정제 위장 밀반입, 전국에 판매망… 안약통에 담아 4mL 35만원에 팔아 담배에 뿌려 흡입… 일당 등 34명 검거
“우리 이거 딱 3년만 팔아 보자.”
지난해 초 미국을 다녀온 박모 씨(41)는 10년 지기인 이모 씨(40·영어학원 강사)와 김모 씨(39·수학학원 강사)에게 미국에서 유행하는 신종 마약을 팔아 보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과거 같은 학원에서 일하며 알게 된 사이로, 형 동생처럼 지냈다. 망설이는 친구들에게 박 씨는 미국에서 마약을 팔아 떼돈을 번 사람의 대저택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학원강사 월급으로는 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으리으리한 저택에 홀린 두 친구는 박 씨의 제안을 바로 수락했다.
이들이 팔기로 한 것은 ‘신의 눈물(Tears of God)’로 불리는 액체 마약이었다. 담배 끝에 몇 방울 떨어뜨리기만 해도 환각 성분이 탁월할 뿐 아니라 대마초처럼 특유의 냄새가 없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피울 수 있는 게 장점이었다.
박 씨 일당은 유학생 이모 씨(27) 등을 끌어들여 전국으로 판매망을 확장했다.
하지만 그 꿈은 8개월 만에 물거품이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작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시가 4억 원 상당의 마약 4530mL를 밀반입해 유통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학원강사 이 씨와 김 씨 등 일당 8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에게 마약을 구입한 전모 씨(30) 등 26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