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전자전기공학과 학생 등으로 구성된 에이블 팀이 지난해 11월 열린 2015 동국 산학협력 페스티벌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지능형 2차 사고 방지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동국대는 캡스톤 디자인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에게 개발비를 지급해 시제품 제작을 돕고, 우수한 평가를 받은 팀에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동국대 제공
○ 3개의 조직이 유기적으로 창업 지원
정부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창업지원단도 학생 창업을 돕는 핵심 기구다. 1999년 중소기업청의 서울창업지원센터로 지정돼 운영을 시작했고, 창업 지원 노하우와 인프라를 인정받아 2011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창업선도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창업지원센터 운영평가에서는 2010∼2015년 6년 연속으로 최고 등급인 ‘S등급’을 획득했다.
이 밖에 창업지원단은 3년 연속으로 전국 일반형 창업선도대학 중 정부 지원금 최고금액 수주, 캠퍼스 최고경영자(CEO) 육성사업 성과평가 1위(2012년),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 성과평가 1위(2011년) 등 탁월한 성적을 거뒀다.
○ 창업휴학제 등 창업 돕는 학사제도
동국대는 학생이 창업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창업 친화적인 학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창업정신과 도전정신을 갖춘 인재를 발굴·육성하겠다는 것.
대학원에는 기술창업학과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가 정신을 갖춘 기술기반 고급 창업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일반대학원에 기술창업학과(석·박사 과정)를 개설했다. 창업교육과 창업경영 두 가지 전공 과정이 운영되며 관련 분야의 국내외 전문가와 영역별 최고 수준의 교수진이 참여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단발적 집단적 성격을 가진 창업 교육을 연속적 개별맞춤형 창업 교육 시스템으로 혁신했다. 한쪽으로 전달만 하는 창업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별로 맞춤형 창업 멘토링 시스템이 각 과목에 반영됐고, 창업 강좌 수강생이 지식재산권을 출원할 수 있도록 학생 창업자의 사업화를 돕고 있다.
동국대는 국내 최초로 창업학 연계전공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학문적 지식과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 창업의 모든 단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필수과목(경영 6학점, 법학 3학점)과 공학·경영·경제·법학 영역에서 모두 36학점 이상 이수하면 창업학 연계전공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창업학 연계전공은 지난해 교육부의 창업교육우수대학(창업문화 활성화 부문) 표창을 받았다.
국내 최초로 지역 사회와 연계한 창업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학생이 직접 소상공인이나 전통시장 등 지역사회의 문제를 파악하고 직접 해결책을 찾아 창업자의 입장에서 적용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지식 위주의 창업 교육을 벗어나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동국대만의 특화된 창업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를 통해 지난해 산학협력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교육부장관상)을 받았으며, 이 강좌를 운영하면서 6건의 지식재산권을 출원했다.
동국대는 창업 동아리를 지원하기 위해 분야별 창업 전문가로 구성된 창업교육 멘토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사업자등록까지 가능하도록 학생들에게 창업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등 ‘창업 전 주기적 교육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창업 동아리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2년 12개에 불과했던 창업 동아리는 2013년 15개, 2014년 28개, 지난해에는 34개로 늘었다. 참가 인원도 200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창업 동아리 지원금도 2012년 5000여만 원에서 지난해 1억20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성과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2012년 3건에 불과했던 지식재산권 등록 건수는 지난해에 14건으로 늘었고, 창업 동아리들의 매출액은 2012년 2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7억14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태식(보광) 동국대 총장은 “대학은 더이상 지성인을 기르는 공간만은 아니다”며 “사회에 나갔을 때 생업을 보장해줄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하고, 등록금을 내고 4년간 다녔으면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실질적인 미래를 열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리로 시작해 창업 2년만에 매출 2억 원 달성”▼
스타트업 기업으로 성장한 ‘농부릿지’
이달 서비스를 시작한 디자인 오픈마켓 ‘디자인팜’을 선보이고 있는 농부릿지 직원들. 농부릿지 제공
조현준 농부릿지 대표(동국대 국제통상학과 2010년 입학, 2015년 졸업)가 이 사업을 구상한 것은 2014년. 농업인에게 도시에 있는 전문 인력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아이디어로 창업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농산품의 품질은 좋지만 농업인이 포장, 브랜딩, 홍보 등에 약한 점에 착안해 농업인과 도시의 전문 인력을 매칭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조 대표는 학교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렸다. 아이디어 평가에서 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학교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창업을 위한 공간이 제공됐고, 창업 담당 교수의 멘토링과 외부 전문가를 초빙한 교육은 물론이고 창업 자금 일부까지 지원받았다. 조 대표는 “학교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은 저희같이 가능성은 있지만 빈약하게 출발할 수밖에 없는 학생에게 큰 밑바탕이 됐다”며 “처음에는 실수도 많아 고생이 많았는데 공간을 지원해주고 작지만 종자돈도 나오는 등 학교의 도움 덕분에 첫해를 배우면서 견뎌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창업 3년차로 접어든 농부릿지는 이달부터 농업인들을 위한 디자인 오픈마켓인 ‘디자인팜’ 서비스를 개시하며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도시의 디자이너들이 농산물 라벨, 농산품용 로고, 홍보물, 명함 등의 디자인 시안을 만들어 디자인팜에 올려놓으면 농업인들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구입하는 서비스다. 농부릿지는 디자이너와 농업인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업인이 선택한 디자인을 적용해 홍보물이나 박스, 라벨 등을 제작하는 일까지 하고 있다.
조 대표는 “농업인의 스타일로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면서 “앞으로 농업과 다른 산업을 연결하는 ‘브리지(다리)’ 역할을 다른 영역으로도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