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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의 매혹]“국내 ‘햄릿’ 번역본 중 가장 원전에 충실”

입력 | 2016-04-22 03:00:00

화제의 번역본 2題/문학동네 ‘햄릿’




《셰익스피어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작품은 지금도 필독서로 꼽히며, 끊임없이 무대에 올려지고, 새롭게 해석된다. 400주기를 맞아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관련 책들을 살펴보면서 이 위대한 작가가 전하는문학의 아름다움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살 것이냐 아니면 죽을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보거나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 독백은 너무나 익숙하다.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약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 “털도 안 난 풋내기들과 악수하느라 손바닥의 감각을 둔하게 만들지 마라.” “싸움에 드는 것을 경계해라. 그러나 일단 시작하면 상대방에게 본때를 보여주어라.”

옥스퍼드영어사전에 따르면 ‘햄릿’은 이 사전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은 문장이 발췌된 작품이다. 실제로 21세기 한국의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17세기 ‘햄릿’의 문장들은 자주 인용된다. 그만큼 시공간을 뛰어넘어 많은 사람이 ‘햄릿’의 문장에 공감했다는 의미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기를 기념해 ‘햄릿’(문학동네)이 새로운 번역본으로 출간됐다. ‘‘템페스트’와 ‘베니스의 상인’에 이어 문학동네출판사에서 세 번째로 소개하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다. ‘템페스트’가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역작이고 ‘베니스의 상인’이 캐릭터 창조력에서 돋보이는 작품이라면 ‘햄릿’은 수수께끼처럼 복잡한 성격과 플롯이 특히나 매력적이다. 예컨대 왕위를 빼앗긴 왕자 햄릿이 선왕의 혼령이 당부한 복수를 지연시키다 자신의 죽음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야기한다는 식의 복수극 구성은 오늘날의 영화나 드라마처럼 호기심을 자극한다. 햄릿과 그 주변 인물의 복잡다단한 성격은 매번 새로운 해석과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햄릿’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 유일하게 현저히 서로 다른 3개의 판본이 존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혹자는 이 비극이 매력적인 이유를 “자신의 처지에 따라 다르게 읽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햄릿’은 세상에 나온 지 4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고전이 됐다.

화가 존 밀레이의 그림 ‘오필리아’. ‘햄릿’ 속 오필리아는 자신의 아버지가 연인 햄릿에게 살해되자 충격과 비통 끝에 강물에 몸을던진다. 동아일보DB

영문학자인 이경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번역하고 해설을 썼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번역으로 1997년 한국번역대상을 수상한 이 교수는 ‘셰익스피어 비평사’ 저술로 2003년 대한민국학술원상을 수상한 셰익스피어 전문가다. 출판사는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햄릿’ 중 가장 원전에 충실한 번역을 했다”고 자랑한다.

작품과 함께 실린 해설 부분은 역자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노학자는 심미 비평을 경계하며 작가의 본래 의도가 본문에 보다 정확히 드러날 수 있도록 주력했다. 등장인물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분석을 비롯해 ‘햄릿’의 비극성과 그 힘에 대해 100쪽에 걸쳐 설명하고 있다.

‘햄릿’ 출간과 더불어 앞서 내놓은 책 ‘템페스트’와 ‘베니스의 상인’ 등 3권을 함께 엮은 ‘윌리엄 셰익스피어 베스트 컬렉션 세트(문학동네)’도 나왔다. 출판사 측은 “향후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도 새롭게 번역해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