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번역본 2題/열린책들 ‘소네트집’
《셰익스피어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그의 작품은 지금도 필독서로 꼽히며, 끊임없이 무대에 올려지고, 새롭게 해석된다. 400주기를 맞아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관련 책들을 살펴보면서 이 위대한 작가가 전하는문학의 아름다움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셰익스피어 희곡의 유려하고 깊이 있는 대사에서 짐작할 수 있듯, 셰익스피어는 시인이기도 했다. 영어로 쓰인 가장 아름다운 사랑 노래이자 ‘셰익스피어의 천재성을 완벽하게 발휘한 작품’(헤럴드 블룸 예일대 석좌교수)이 셰익스피어의 시집인 ‘소네트집’(열린책들)이다.
무엇보다 시작(詩作)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신념을 확인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에게 시는 위선과 부정을 닦아내고 시간의 마모를 견딜 수 있는 것이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젊은이여, 그 청춘 시들 때/그대에게서 나의 시 그대의 진실 뽑아내리라’ 라고 노래한 소네트 54번, ‘그대 부활하는 심판의 날까지 그대 이곳에 살아/연인들의 눈 속에 머무시기를’이라고 말하는 소네트 55번 등이 그렇다.
번역과 해설을 맡은 한국외국어대 박우수 교수는 “기존 언어를 변주해 다소 진부해진 소네트 형식의 연애시에 ‘강한 매력’을 불어넣었다”면서 “‘소네트집’은 셰익스피어의 기지에 찬 상상력이 만들어낸 언어의 잔치”라고 말했다.
‘셰익스피어 소네트’는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창단한 극단 ‘베를린 앙상블’의 레퍼토리로도 유명하다. 소네트 중 25편을 무대화한 것으로 지난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선보였다. 동아일보 DB
17세기 영어에서 현대의 우리말로 옮겨진 간극은 있을지언정, 광기에 가까운 사랑의 열정은 오롯이 전달된다. 셰익스피어 소네트라는 ‘정보’만 없다면 요즘 시인이 쓴 것처럼 보인다. 충실한 번역이 읽는 맛을 돋운다.
‘맥베스’ ‘오셀로’ 등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열린책들)과 함께 읽으면 언어의 시너지가 더욱 높아질 법하다. 인간의 마음에 담긴 사랑의 열망과 고통의 치열함이 생생하게 와닿음은 물론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