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디자인 경영/시즌3]<2> 주목받는 ‘디자인 싱킹’
SSG푸드마켓 청담점 농산코너(맨위쪽 사진)는 유럽 시장을 연상시키는 진열 방식 때문에 일종의 ‘포토존’처럼 자리 잡았다. 한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매장 사진을 찍고 있다. 애경산업(맨아래쪽 사진)이 2013년 남성 300명을 대상으로 퍼퓸 샴푸 향기 선호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 결과 자사 제품인 ‘케라시스 퍼퓸’이 1등을 차지했다. 신세계백화점·애경 제공
주재우 국민대 경영대 교수는 “마케팅이나 리더십, 품질 경영 등 기존의 경영방식이 한계에 다다르자 많은 기업이 디자인 싱킹을 도입하고 있다”라며 “디자인이 새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주목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디자이너처럼 사고하라
디자이너가 최고경영자(CEO)인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봉진)의 사무실 곳곳에는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라는 표어가 붙어 있다. 업무 시작 시간이 오전 9시라는 뜻이다. 회사 비전인 ‘정보기술을 활용해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라는 문구도 곳곳에 붙여 놨다. 주 교수는 “시각적 매개체로 모든 직원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한다”며 “김 대표가 전 직원과 카카오스토리로 연결돼 수평적으로 의견을 주고받는 것 또한 디자이너의 직관적 감각으로 이뤄지는 소통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IBM이 디자인 싱킹에 열을 올리고 있다. IBM은 지난해부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신성장 분야를 공략하기 위해 디자이너 1500명을 채용하고 있다. 기존 개발 방식이 관료주의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모든 관리직 임원들에게는 디자인 사고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경원 세종대 석좌교수는 “디자인 싱킹의 궁극적 목적은 디자인을 중시하고, 디자이너처럼 생각하는 방식을 활용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혜선 이화여대 조형예술대 교수는 “디자인 싱킹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에 기반해 미래를 보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통찰력과 공감력”이라고 강조했다.
○ 경험까지 디자인해야
일본 무인양품의 여행용품 매장 ‘무지 투 고(TO GO)’도 좋은 사례다. 무지 투 고가 지난해 7월 공개한 유튜브 영상은 한 일본인이 여행 계획을 세우는 순간부터 도착지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기까지 과정을 보여주면서 각각의 순간마다 파우치, 캐리어, 노트, 쿠션, 선블록 등 무지 제품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이케아는 ‘이케아 카탈로그’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집 안에서 이케아 카탈로그를 가구를 두고자 하는 공간에 놓은 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촬영하면 화면 속에서 가구가 놓여 있는 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무턱대고 샀다가 집 인테리어와 어울리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다.
황유진 인터브랜드 상무는 “초기의 경험 디자인은 편리하고 효과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었지만, 최근엔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스마트하고 재미있게’라는 부분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