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어제 한 달 일정으로 열렸지만 법안을 심의한 상임위는 한 곳도 없었다. 이달 중 일정이 잡힌 상임위도 법제사법위가 유일하다. 국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데 대해 여야는 “소속 상임위에 낙선 위원이 많아서” “선거 직후 임시국회가 생소해서” “본회의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서”와 같은 군색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라는 총선 민심을 벌써 잊어버렸는지 묻고 싶다.
한국경제는 성장률이 추락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위기를 맞고 있다. 전경련이 30대 그룹을 조사한 결과 신규채용 예정인원은 12만6394명으로 작년보다 4.2% 줄었다. 16개 그룹이 채용을 축소할 계획이다. 경기 악화와 정년 연장으로 기업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절박한 현실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재계는 호소한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국회가 4월 임시국회에서 민생-경제 법안들을 처리해야만 조금이나마 불명예를 씻을 수 있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경제활성화법은 실패로 판명됐고 서비스법도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총선 민심은 집권당의 오만에 염증을 느껴 야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어줬지만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야당의 막무가내 행태에도 넌더리를 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가 총선 직후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위한 주요 법안 통과가 더 어려워졌다”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잠재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 의미를 정치권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20대 국회의 의회권력을 장악한 거야(巨野)가 경제정책에서 현실노선으로 전환하면 국민과 기업, 국내외 투자자의 불안을 줄이고 경제의 성장엔진을 재가동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달여 남은 임시국회에서 서비스법과 노동개혁법, 규제프리존특별법의 통과에 과연 야당이 어느 정도 협조할지 국민이 매서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