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북에서 각각 당선된 새누리당의 이정현 정운천, 대구·부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김영춘 등 4명이 어제 동아일보사에서 만나 특별좌담회를 했다. 이정현 당선자는 “지금도 자꾸 눈물이 난다. 지역분할 구도가 국민의 손에서 균열되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김영춘 당선자는 “지역주의는 정치인들이 조장한 것이지, 지역주민이 만든 것이 아니다”고 했고, 김부겸 당선자는 “시민 스스로 해냈다는 자부심만 돌려주면 지역주의 타파가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불모의 황무지를 개간하는 마음으로 씨앗을 뿌렸다”는 농업인 출신 정운천 당선자의 말처럼 지역감정에 끝까지 맞서 새로운 씨앗을 뿌린 4명의 당선은 개인의 정치적 성취 차원을 넘어 정치사적 의미도 크다.
20대 총선은 1971년 4월 27일 공화당 박정희, 신민당 김대중 후보가 맞붙은 대통령선거 때 잉태된 망국적 지역주의를 45년 만에 깨뜨렸다. 71년 대선 직후인 4월 30일자 동아일보는 “공화당은 ‘전라도 대통령을 뽑으면 경상도 푸대접이 온다’고 했고, 신민당은 ‘전라도에서도 대통령을 내어 푸대접을 면해야 한다’고 했다”며 “민족분열의 무서운 씨앗마저 잉태할지도 모를 말초적 지역감정이 선거사상 처음으로 심각하게 노출된 것”이라고 개탄했다. 불길한 예언은 세월이 흐를수록 현실이 됐고, 88년 13대 총선 때 소선거구제를 채택하면서 지역구도는 확고하게 뿌리내렸다.
이번 총선에선 영남에서 야당 또는 야당 성향 무소속이 13석(대구 2, 부산 5, 경남 4, 울산 2)을, 호남에서 여당이 2석(전남 1, 전북 1)을 각각 배출했다. 전북에서 새누리당 계열 후보가 당선된 것은 1996년 15대 총선 때 강현욱 후보가 당선된 이후 20년 만이다. 대구에서 야당 당선은 1985년 12대 총선 이후 31년 만이라 더욱 뜻깊다. 고향에 뿌리가 있는 아버지 세대에 비해 지역색이 옅어진 젊은층의 적극 참여가 ‘투표 혁명’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