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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때문에 토론 실종… 줄서는 정치인 부끄럽게 만들자”

입력 | 2016-04-22 03:00:00

[‘지역주의 타파’ 4인 좌담]정치개혁-개헌




① 새누리 정운천 (전주)

새누리당 정운천 당선자(62·전북 전주을)는 2010년 전북지사, 2012년 19대 총선에서 모두 낙선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 4·13총선에선 유권자와 3만 장에 이르는 셀프카메라 사진을 찍어 공유할 정도로 지역 스킨십에 공들였다. 전북에서 보수 정당 후보가 당선된 건 강현욱 전 의원(당시 신한국당) 이후 20년 만이다. 정 당선자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초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임명됐지만 광우병 파문의 책임을 지고 5개월여 만에 물러났다.






② 새누리 이정현 (순천)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자(58·전남 순천)는 1995년 민주자유당(현 새누리당) 후보로 광주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며 ‘호남의 문’을 처음 두드렸다. 2004년 17대 총선에선 광주 서을에서 720표(득표율 1.03%)만 얻었다. 2008년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입성해 19대 총선에서 다시 광주 서을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그러나 2014년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전남과 광주에서 현 여당 당적으로는 첫 당선자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며 대통령정무수석,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③ 더민주 김부겸 (대구)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당선자(58)는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내리 3선을 했던 경기 군포를 떠나 대구 수성갑으로 갔다. 당시 거리에서 선거운동을 돕던 연예인 출신의 딸에게 한 시민이 “네 아버지 빨갱이 아니냐”라고 했다. 눈물 흘리는 딸을 본 김 당선자는 4년 동안 열심히 바닥을 다졌다. 담벼락을 향해 연설하는 이른바 ‘벽치기’ 유세 등으로 유권자 마음을 파고들었다. 그 결과 이번 총선 득표율은 62.3%. 19대 총선, 대구시장 선거 때보다 22%포인트나 늘었다.






④ 더민주 김영춘 (부산)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당선자(54·부산 부산진갑)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한 차례 패했던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과의 리턴매치에서 승리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당선자는 1987년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김 당선자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소속으로 16대 총선에서 서울 광진갑에 당선됐지만 탈당해 열린우리당(더민주당 전신)에 입당했다. 2014년 지방선거 때는 부산시장에 도전했다 무소속 오거돈 후보에게 후보직을 양보하기도 했다.












지역주의로 굳어 있던 유권자의 마음을 노력과 인고로 녹여 낸 새누리당 이정현 정운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김영춘 당선자. 이들은 지역 분할 구도라는 철옹성에 깊은 균열을 낸 힘을 토대로 20대 국회의 정치 혁신에도 전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당내 계파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운천(이하 정)=계파만 나오면 국민이 아주 싫어한다. 계파도 자기 권력을 잡기 위한 것 아닌가. 결국 기존의 기득권을 얼마나 어떻게 내려놓을 것이냐, 국민 눈높이에 어떻게 맞출 것이냐다. 지역 장벽을 극복한 우리가 앞장서야 하지 않겠느냐.

김영춘(이하 춘)=
계파 정치는 결국 정치문화의 문제다. 힘센 사람에게 기대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더 구축해 보려고 하는 욕심이 작용하는 것이다. 그게 건강한 모임 문화가 되면 좋은데 수십 년 동안 줄 서서 공천 받고 당권 쥐고 하는 데 이용됐다. 토론, 타협과 절충의 문화, 계파를 포함한 당내 건강한 경쟁 문화 등 정치문화 전반의 개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부겸(이하 겸)=계파의 가장 큰 문제는 건강한 토론을 방해한다는 데 있다. 의원총회는 활발한 토론의 장이 아니라 강경파가 압도적으로 끌고 오면서 진지한 토론을 해보지 못했다. 사실상 갈등의 상당 부분은 정리할 수 있었는데 강경파의 명분에 밀려 놓쳤다.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김무성파’, ‘문재인파’라고 불리는 걸 부끄럽게 만들어야 한다. 정치인이 자기 이름을 걸고 정치를 하란 말이다. 이정현(이하 이)=전적으로 공감한다. 정당이라는 조직에 있다 보면 이견과 선호가 있을 수 있다. 그래도 그 조직에 남는 것은 전반적으로 당의 가치에 공감하고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견이 있으면 내부에서 토론하고 수에서 지거나 논리에서 밀리면 따라가면 된다.”

정=3당 체제에서는 서로 협상하고 토론하고 양보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못 나가는 국회가 됐다. 새누리당은 (3당 체제로 만든 민심의) 그 뜻을 받아들여 제2당이 됐다고 인위적으로 (1당을) 만들지 말라고 하고 싶다.

▽개헌에 대한 견해는….

정=3당 체제는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중심제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국민을 끌고 가는 시대에서 이제는 권력이라는 측면의 조정과 토론 기능이 활성화되는 국면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민심이다.

춘=권력구조의 문제로 접근하면 자칫 정치권 안에서 좌초되기 쉽다. 1987년 헌법이 내년이면 30년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가 이대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이 공유된다면 경제, 사회, 정치, 통일 등 모든 것을 내다보는 총체적인 국민적 토론이 적어도 1∼2년은 필요하다. 그 결과물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겸=권력구조 문제를 포함해 지방과 수도권, 지방 권력과 중앙 권력,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 그리고 30년 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커진 국민 자신의 시민권 등 현행 헌법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갈등의 무게가 있다. 지금까지 금과옥조처럼 여긴 경제를 끌고 가는 힘을 어디에 둘지도 한계에 왔다. 통일과 남북 관계까지 바라보는 큰 그림을 그렸을 때 어느 지점까지 (개헌을) 합의할 수 있겠는지 타협해 보자.

이=지금까지 헌법이 ‘정치’ 헌법, ‘타협’ 헌법, ‘나눠 먹기’ 헌법이었다면 이제는 ‘국민’ 헌법이 돼야 한다. 다음 대권을 잡으려는 사욕, 정치권의 목소리가 배제된 미래 지향적 국민헌법이 돼야 한다. 개헌 시한을 정해 놓지 말고 국민 공감대를 위해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형언할 수 없는 폐해가 있는 5년 단임제를 시정하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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