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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협치’ 물꼬 튼 여야… 정치셈법 휘둘리면 산으로 갈수도

입력 | 2016-04-22 03:00:00

[불붙은 구조조정論]속내 복잡한 여야정 협의체




쌓여있는 법안… 임시국회는 첫날부터 ‘휴업’ 4·13총선 이후 여야는 민생·경제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기로 했지만 20대 원 구성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1일 국회 상임위 입구에 아직 처리되지 못한 법안이 쌓여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대 국회에서 제1당으로 부상한 더불어민주당이 선제적으로 던진 구조조정 화두에 정부 여당이 21일 ‘여야정 협의체’로 화답하면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고 있다. 그간 산업 구조조정은 활기를 잃은 한국 경제의 시급한 현안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정치권이 4·13총선에 매달려 이를 외면하면서 정부는 추진 동력을 찾지 못해 왔다.

정부가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면 정치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아직은 정치권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총론만 있는 상태다. 여야가 구조조정의 방향과 대책 등 각론으로 들어가면 합의를 도출하기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필요에 의해 손을 잡았지만 정치적 셈법이 다른 여야의 ‘오월동주(吳越同舟)’가 성공할지 주목된다.

○ 물꼬 튼 구조조정, 속내는 제각각

야당이 그동안 금기시했던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면서 물꼬는 트였다. 그러나 ‘구조조정론’을 둘러싼 여야의 속내는 복잡하다.

새누리당은 일단 반기는 반응을 보였지만 총선 참패에 따른 내홍 속에 더민주당에 이슈를 선점당하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잘된 일이지만 내년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몸짓도 있다”고 지적했다.

2월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 등이 통과되며 정치권의 실질적 역할은 일단락됐는데 야당이 다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한 의도에 의구심을 나타낸 것. 여야정 협의체 제안도 정책 주도권을 되찾아 오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이르면 22일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겠다”고 한발 더 나갔다. 과거 국정 발목 잡기로 비친 야당의 모습에서 벗어나 수권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구조조정 카드가 당내 정치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의 ‘차기 대표 합의 추대론’을 놓고 불거진 공방을 벗어나려는 시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당도 경쟁에 가세했다. 다만 제3당으로 정책 어젠다를 선점하려다가 한발 늦은 만큼 여야 모두를 겨냥하며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정부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실효성 없는 (구조조정) 처방을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는데 새로운 일자리 확대를 위한 신성장산업 육성도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대 국회 ‘협치(協治) 모델’ 될까

문제는 정책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간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자칫 경제논리가 아닌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논리가 개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향후 여야정 협의체가 가동될 때 여야가 저마다 무게를 두는 사안을 고집하면서 구조조정 추진에 되레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당정청은 야당의 반대에 막힌 노동개혁 4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동시에 다루겠다고 나섰다. 구조조정으로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할 경우 실업급여 지급 기간을 늘리고(고용보험법), 파견 범위를 확대해(파견법) 실업자를 흡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실업 문제를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구조조정 필요성을 인정한 건 반가운 일이지만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서는 노동개혁법, 서비스법 처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도 “구조조정이 어느 한쪽에서만 돼서는 완전한 구조개혁이 어렵다”며 “야당이 기업 구조조정 카드를 꺼냈기 때문에 차제에 노동개혁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이 주문한 실업대책도 복병이 될 수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석훈 의원은 “정치권이 할 일은 구조조정이 되도록 그저 내버려두는 것”이라며 “실업대책을 전제로 협조하겠다는 것은 나중에 구조조정 진척이 잘 안 될 경우 정부 여당 탓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정치적 제안”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처한 위기 상황을 놓고 모처럼 머리를 맞댄 정치권이 실제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런 만큼 구조조정 논의 과정은 협치가 강조되는 20대 국회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홍수영 gaea@donga.com·장택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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