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19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H조 조별리그 5차전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안방으로 불러들였으나 0-2로 완패했다. 5일엔 서울이 산둥 루넝과 비겼으니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팀들이 중국 팀을 상대로 안방에서 이긴 적이 없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팀의 중국전 성적은 1승 2무 3패. 역대 최악이다.
K리그 팀들과 중국 프로팀 간의 ACL 통산 전적은 38승 21무 20패. 상대 전적에서 뒤진 해는 각각 1무 1패를 기록했던 2005년과 2008년뿐이다. 그동안 ACL은 ‘공한증’의 무대였지만 최근엔 다르다.
중국 팀의 선전이 특급 외국인 공격수 영입 때문이라고만 치부하면 곤란하다. K리그 클래식과 중국팀 간 6번의 경기 중 무득점 경기가 3번이나 나왔다. 중국 선수들이 주를 이루는 미드필드와 수비라인의 조직력이 부쩍 성장했다는 증거다.
가오린은 ‘공한증’ 타파의 주역이었다. 2010년 동아시안컵에서 중국 대표로 나서 당시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을 상대로 골을 넣었다. 중국의 3-0 승리, 32년간 이어지던 공한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지난주 월드컵 3차 예선 조추첨 결과 슈틸리케호는 여러 중동팀을 피하는 대신 중국과 같은 조에 편성됐다. 대체적으로 잘된 조 편성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중국은 안심할 상대가 아니다.
이제 경기 전부터 태극전사들에게 심리적 우월감을 안겨줬던 ‘공한증’의 덕을 볼 수 없게 됐다. 중국 선수들은 ACL을 통해 한국 축구에 대한 자신감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올 시즌 ACL에 나온 중국의 4개 팀에는 현재 중국 대표선수 18명이 포진해 있다. 전체 대표팀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규모다.
“장난 섞인 말이지만 월드컵 예선에서 우리를 죽이겠다고 한다.” 중국 대표팀의 주축이 몰려 있는 광저우 에버그란데 소속 김영권의 말이다. 장현수(25·광저우 푸리)는 “중국의 젊은 선수들이 많이 성장했다”고 경계한다.
ACL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2번의 한중전이 남아 있다. 전북과 수원이 ‘공한증’의 추억을 되살려주길 바란다.
장치혁 기자 jang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