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세르반테스 23일 400주기 “영화-뮤지컬 제작편수 20배差”… 스페인서도 셰익스피어 더 읽어
두 문호를 배출한 스페인과 영국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올해 내내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유럽문학을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올려놓은 천재 문인으로 평가받는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선취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인간 심리에 정통하면서도 시적 정취가 넘치는 대사로 정평이 나 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는 최초의 근대적 소설일 뿐 아니라 ‘문학사상 가장 위대한 소설’(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를 비롯한 100명의 작가를 대상으로 1995년 조사)로 뽑힌 작품이다.
하지만 두 작가에 대한 대중적 열기에선 차이가 존재한다. 영국문화원은 다양한 장르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소개하는 ‘셰익스피어는 살아있다(Shakespeare Lives)’ 프로그램을 전 세계 5억 명에게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반면 스페인 문화부는 이런 야심 찬 행사는 엄두도 못 낸다.
스페인에서도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은 사람이 돈키호테를 완독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이용 문고판 돈키호테만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미친 기사’만 떠올렸다. 중세 기사도에 대한 풍자에서 시작해 불가능한 것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인간의 역설적 위대함을 담아낸 이 작품의 진가를 아는 사람은 오히려 셰익스피어보다 세르반테스를 우위에 두는 경우가 많다고 BBC는 전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