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폼으로 잘나가는 타자들
고개가 바닥에 닿을듯… 이진영(오른쪽)이 LG 소속이었던 2014년 KIA로 이적한 옛 동료 이대형 앞에서 이대형의 독특한 타격 폼을 과장된 몸짓으로 흉내내고 있다. 지난 시즌 이대형이 kt로 이적한 데 이어 올 시즌 이진영이 kt 유니폼을 입으며 두 선수는 다시 젊은 팀을 받치는 기둥으로 함께 활약하게 됐다. MBC스포츠플러스 캡처
임보미 기자
상체-방망이 곧추세운 이진영
이대형은 고교 시절 몸에 밴 습관을 폼으로 만들었다. 김용달 전 LG 타격코치는 “내가 지도할 당시에는 대형이에게 빠른 발이란 무기가 있으니 타격 포인트를 앞쪽에 둬 살아 나갈 확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뒀다. 이후 다른 지도자들에게 많은 지적을 받았다”고 말했다. 만나는 코치마다 타격 때 두 발이 고정되지 않는 그의 폼을 손보려 애썼고 결과는 혼란이었다.
헬멧 위에 배트 올려놓은 정성훈
이진영도 같은 생각이다. “폼은 체형이나 습관에 따라 다 다르다. 자기가 편한 자세로 치면 된다. 중요한 건 폼보다 중심에 맞히는 것이다. 후배들에게도 연습 때 의미 없이 멀리 치려 하지 말고 공을 정확히 맞히는 데 집중하라고 한다.”
한국의 전통 건축에는 뒤틀리고 휜 나무를 그대로 기둥과 대들보로 쓰는 경우가 많다. 임석재 이화여대 건축학과 교수는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이라는 책에서 그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무가 없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나무 찾아다니기가 귀찮아서 그랬을까. 둘 다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휜 나무를 기피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휜 나무도 곧은 나무와 조금도 다름없이 기둥으로서의 구조 역할을 거뜬히 해낼 수 있다.’
‘정석’과는 거리가 먼 타격 폼으로 프로의 세계에서 20년 가까이 살아남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타격을 정립하지 않고 선수생활을 오래하기란 불가능하다. 남들 눈에 예쁘지 않아도 확실한 내 것을 찾은 18년 차 정성훈과 이진영, 14년 차 이대형은 그렇게 소속 팀의 든든한 기둥이 됐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