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밤은 누가 움직일까요.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운행하는 심야 ‘올빼미’ 버스와 콜버스, 지하철을 타고 밤에 이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1만 원권 지폐 한 장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야행’을 택한 사람, 야간 ‘특수’를 잡기 위해 뛰는 사람 등 사연이 다양했습니다. 》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지하철 막차부터 심야 콜버스까지
“안국역 기준으로 대화행 금요일 막차는 0시 11분, 토요일 첫차는 새벽 5시 38분이에요. 일이 늦어지면 종종 평일 막차나 토요일 첫차를 타게 돼요. 지하철은 정시에 출발하고 도착하잖아요. 막차 시간까지만 역에 도착하면 됩니다. 단돈 2000원 안팎으로
집이 있는 원당까지 갈 수 있어요. 9703번 광역버스도 있지만 지하철보다 훨씬 일찍 끊겨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이에요.” ―이주연 씨(35·은행원)
“밤 12시쯤 되면 공부 더 하고 갈까, 집에서 할까. 도서관에 앉은 자들의 큰 고민이에요. 집에 가면 편하다 보니 공부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고 잠들게 되거든요. 다행히 N61번 심야버스가 학교 앞을 지나가는 덕분에 ‘새벽 2시까지 몇 문제 더 풀자’고 생각하며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됐죠.” ―심규종 씨(27·대학생)
“한밤엔 별수 없죠. 택시만 한 게 있나요. 문에서 문까지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건 택시밖에 없죠. 단지 아쉬운 건 월급이 80만 원 남짓인데 집까지 택시를 한 번 타면 2만 원이 나와서 자주 못 탄다는 거예요.” ―한민경 씨(26·패션지 직원)
심야교통 종사자들의 애환
“오후 5시∼새벽 5시까지 2교대로 일합니다. 주로 밤에 카카오택시 블랙을 찾는 분들은 늦은 시간 안심귀가 서비스를 원하는 분들이에요. 밤 시간에는 요리조리 곡예운전을 하는 차량이 많은데 그들을 피해 최대한 거칠지 않게 운전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상의 씨(59·카카오택시 블랙 기사)
심야의 독특한 풍경
“고속버스 타고 지방에 출장을 갔다가 조금 전 서울에 도착했어요. 오늘따라 택시 정류장에 사람들이 줄을 너무 길게 서 있더라고요. 피곤하기도 하고 기다릴 엄두가 안 나더군요. 마침 도곡행 마지막 열차가 0시 49분이어서 지하철 타러 빨리 가려고요.” ―고세중 씨(36·회사원)
“친구와 술 한잔하다 보니 시간이 늦어져 심야버스를 이용해 봤어요. 취객들로 가득 차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조용하고 깨끗했어요.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체험 삶의 현장’ 같은 느낌도 났고요. 여러 사람이 말없이 앉아 함께 심야의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한소이 씨(22·대학생)
영업 동선이 N버스 있는 곳으로만 연결되어도 그날은 운이 좋은 거예요. 이상한 곳에 떨어지면 아파트단지를 등지고 몇 km씩 한참 걸어 나와야 하거든요. 춥거나 비가 오는 날엔 신발도 젖고 ‘만 원짜리 한 장 손에 쥐기가 이렇게 힘들구나’ 싶어요.” ―정규호 씨(55·대리운전 기사)
“지금 심야교통 시장에서 대리셔틀이 차지하는 비율이 꽤 큽니다. 15인승 승합차에 28명이 타는 등 문제가 많습니다. 과속으로 인한 사망사고도 있었어요. 보험처리도 되지 않아 보상받기도 힘들죠. 콜버스가 야간 교통 생태계에 일종의 교정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박병종 씨(30·콜버스랩 대표)
심야교통 타고 가는 사연
“택시 잡느라 시간과 체력을 버리는 게 제일 싫어요. 회사가 번화가에 있어서 그런지 매번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야근비로 벌충한다 생각하고 카카오택시 블랙을 타요. 차 안에 생수도 제공되고 폰 배터리도 충전할 수 있더군요. 비 오는 날엔 기사님이 우산도 씌워주시고 집에 잘 들어가는지도 봐 주세요. 둘째 조카를 임신 중인 언니에게도 추천해 줬는데 아이 데리고 타기에 담배 냄새 안 나고 유모차도 접어줘서 좋대요.” ―이모 씨(35·대기업 직원)
“급한 일로 부산에 내려갈 일이 생겨서 터미널 앞에서 택시 기사님을 찾았어요. 이미 술을 먹은지라 운전도 못 하고 내려가면서 이곳저곳 통화도 해야 돼서 고속버스를 타기도 힘들었죠. 일산, 판교, 성남 등 수도권 지명을 대면서 “5만 원, 3만 원”을 부르는 기사님도 있더라고요. 비슷한 지역으로 가는 사람들 모아서 지방 한 번 뛰는 건데 사람이 여럿 안 모이면 혼자서 몇 배를 다 내야 해요. 저처럼 아예 멀리 가면 요금을 사전에 협의할 수 있어요. 부산까지 50만 원에 세 시간 반 안쪽으로 도착한다고 하네요. 이제 출발할 거예요.” ―이모 씨(45·A선팅 대리점 운영)
오피니언팀 종합·안나 인턴기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