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기 경제부 기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전세금에 A 씨와 같은 ‘전세난민’ 얘기는 차고 넘친다. 그래서 그의 얘기는 요즘 뉴스로 여겨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기자는 그의 넋두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특히 그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찾았다는 에어비앤비가 관심을 끌었다.
에어비앤비는 수수료를 받고 집이나 남는 방을 여행객에게 빌려줄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글로벌 공유숙박 업체다. 집주인이 방 사진을 찍어 올리면 이용자가 앱으로 예약을 하고 방을 사용할 수 있다.
기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세종시도 에어비앤비에 대한 잠재수요가 많은 대표적인 지역 가운데 하나다. 새 아파트가 대량으로 공급되면서 빈방이 꽤 많다. 반면 밤늦게까지 야근을 하거나, 늦어진 회식에 잠잘 곳을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공무원이 많다. 업무차 세종시를 찾은 이들도 마찬가지로 고통을 겪는다. 세종시엔 변변한 호텔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과 빈방을 연결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까다로운 규제 탓에 가동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달에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투자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발의했다. 특별법에 따르면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민박업의 경우 규제프리존 내 도시 지역에서 총면적 230m² 미만의 주택을 이용해 연 120일까지 방을 빌려주는 것이 허용된다. 정부는 관광객 수요가 많은 부산과 강원, 제주 지역부터 시범 도입하고 이후 전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 특별법이 국회라는 관문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현재 미궁에 빠져 있다. 정부는 한 달 남은 19대 국회에 희망을 걸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국회를 넘기면 언제 법안이 통과될지 감도 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법률안 통과가 실패한다면 억울하게 전세난민이 된 A 씨의 불가피한 선택이 불법행위라는 불명예를 씻기는 당분간 어려워진다. 정치 싸움에 구조조정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고 한국 경제를 수렁으로 몰아넣은 19대 국회가 조금이나마 오명을 씻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지나가고 있다.
신민기 경제부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