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경 사회부 기자
잘 아시겠지만 소라넷은 1999년 생긴 국내 최대 음란 포털 사이트입니다. 국내 인터넷 음란물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음란물계의 ‘네이버’와 같은 곳이죠. 회원은 최소 100만 명, 울산 인구(107만 명)와 맞먹습니다.
강 청장의 발언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시늉만 하다 끝나겠지’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성인들의 놀이터를 건들지 말라’며 폐쇄를 반대하는 글도 잇따랐죠. 하지만 이들의 예상 혹은 바람과 달리 이 사이트는 이달 1일 폐쇄됐습니다. 경찰이 네덜란드 경찰과 공조해 현지에 있는 소라넷의 핵심 서버를 압수했거든요.
아무런 공지도 없이 사이트가 열리지 않자 소라넷 회원들은 당황했습니다. 경찰의 서버 압수를 알지 못했던 일부 회원들은 트위터를 통해 운영진을 겨냥해 ‘회원들이 우습게 보이냐’며 독설을 퍼부었습니다. 경찰이 서버를 압수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는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죠.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잠시. 인터넷에는 이미 소라넷을 대체할 만한 사이트가 수도 없이 많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텀블러, 인스타그램 등 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도 음란물은 차고 넘칩니다. 이런 SNS는 e메일만 있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데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그래서인지 소라넷에 신체 노출이나 성관계 영상을 올리던 일명 ‘작가’들도 각자 SNS 계정을 만들고 음란물을 올리고 있습니다. 화가가 낙관(落款)을 새기듯 음란 사진과 영상에 자신의 아이디를 워터마크로 삽입하는 작가들의 부지런함이 돋보였습니다.
소라넷이 폐쇄된 이달 1일 사이트 운영진은 트위터에 ‘최대한 빨리 복구하겠다’는 글을 남긴 뒤 종적을 감췄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서버 내용을 따로 보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사이트를 열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없습니다.
경찰은 소라넷 운영진뿐만 아니라 음란물을 올린 회원, 이 사이트에서 독립한 다른 음란 사이트와 아류 사이트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죠. 경찰이 선포한 ‘불법 음란물과의 전쟁’은 음란물이 인류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끝나지 않겠지만, 최소한 소라넷과의 전투에서는 승기를 잡은 것 같습니다.
김호경 사회부 기자 whalefish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