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아 플라스 동화집/실비아 플라스 지음 오현아 옮김/128쪽·1만5000원/마음산책
작가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라면 이 동화책을 집어 들곤 살짝 당혹해할지도 모른다. 그 여자는 미국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실비아 플라스다. 서른한 살 나이에 가스오븐에 머리를 묻고 자살한, 사후에 출간된 시집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그 비운의 천재 말이다.
책에 실린 세 편의 동화는 플라스가 당시 영미 문단의 스타 테드 휴스와 결혼하고 3년이 지난 후인 1959년 지어졌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아이를 위해 이 동화를 쓴 것으로 보인다. 동화가 나온 1년 후인 1960년 플라스는 첫딸 프리다를 낳았고, 1962년 아들 니컬러스를 낳았다.
책을 읽다 보면 깊은 밤 침대 머리맡에서 아이들에게 자신의 동화를 읽어주었을지도 모를 ‘엄마’ 플라스가 그려진다. 누군가의 생소한 옛 사진을 훔쳐보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어찌됐건, 아이가 있는 실비아 플라스의 팬에게 당장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추천사를 쓴 소설가 정이현 씨의 말처럼 “우리가 함께 사랑하는 책이 한 권 생겼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니까.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