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홀릭:되새길수록 좋은서울의 한옥마을 이야기/로버트 파우저 지음/236쪽·1만2000원·살림
한국의 전통성이 시대에 따라 변화되며 응축된 서촌. 살림 제공
미국에서 자라 1982년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후 많은 칼럼을 쓰고 ‘미래시민의 조건’ ‘서울의 재발견’ 등을 펴낸 저자는 자신만의 눈으로 한국을 바라본다. 그 중심에 한옥이 있다.
서울 북촌과 서촌의 한옥에서 모두 살아본 저자는 서촌에 강하게 끌렸다. 북촌에 비해 가치를 더디게 인정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규모가 더 작고 원형이 잘 보존된 데다 이웃 간의 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서촌지킴이를 자처하며 한옥마을을 유지하고자 애쓸 정도였다.
책은 미국인의 한옥 사랑가에 그치지 않는다. 88 서울 올림픽 후 선진국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독재 정치를 끝내려는 열망에 차 있던 한국의 현대사가 제3자의 시선으로 펼쳐진다. 유교 사상이 강한 이유를 일제가 조선을 억압한 데 따른 반대급부로 해석하고 상업적인 대중문화를 국가 브랜드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우려하는 모습에서 애정이 느껴진다.
현재 미국에 있는 그는 서촌에서의 두 번째 인생을 꿈꾸고 있다. 옛것에 매료된 이유를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깊은 울림을 준다. ‘주위에 오래된 것이 많고 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있다면 지금의 인생이 얼마나 짧으며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