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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예금자와 함께한 외길 20년

입력 | 2016-04-25 03:00:00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완연한 봄이다. 온 산이 초록의 자태를 뽐내는 요즘, 봄을 만끽하려는 들뜬 마음에 자칫 안전을 소홀히 하기 쉽다. 안전한 산행을 위해서는 등산화, 등산스틱 등 안전 장비가 꼭 필요하다.

1996년 6월 1일 예금보험공사가 설립될 당시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이 선진국 진입의 관문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29번째로 가입하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이제 우리도 경제 규모에 맞는 선진 금융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이에 따라 금융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중심축에 해당하는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예금보험공사가 설립됐다. 그런데 예보의 설립이 곧 ‘절묘한 한 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당시에는 솔직히 충분히 깨닫지 못했다.

1997년 11월 대한민국은 외환위기라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절대 망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던 은행들마저 연쇄적으로 영업정지됐고, 예금자들은 큰 혼란과 공포에 빠졌다. 이에 정부는 140조 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조달했고, 이 중 110조 원을 예보를 통해 예금대지급 등 재원으로 직접 사용함으로써 붕괴된 금융시스템을 다시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다 2008년에 금융위기가 또다시 시작됐다. 당시는 외환위기 극복 이후 부동산 개발 붐에 편승해 저축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이 눈 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었다. 자산 규모가 10조 원에 육박하는 저축은행이 출현하는 등 금융 거품도 컸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품이 터지면서 2011년부터 무려 31개 저축은행이 연쇄적으로 영업정지가 되는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예보는 특별계정을 신설하고 예보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27조 원의 자금을 투입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기할 수 있었다.

이제 외환위기와 저축은행 사태 등을 겪으면서 쌓아온 예보의 업무 노하우가 국제예금보험기구(IADI)에서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10년부터 몽골, 탄자니아, 필리핀, 베트남 등 신흥국 15개국이 예보 제도의 운영 경험을 전수받은 바 있다.

올해로 예보는 설립 20주년이 된다. 이에 맞춰 올 6월에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 의장인 마틴 그룬버그가 방문할 예정이다. 예보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20년 동안 부실 금융기관 정리 업무에 전념했던 예보는 이제 능동적이고 선제적으로 부실을 예방하는 데 힘을 쏟으려 한다. 금융 고도화와 융합화에 따른 보호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예금보험 서비스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예보는 부보금융기관에 대한 차등보험료 평가제도를 조기에 안착시키고 금융기관 부실 위험 관리를 위해 금융당국과의 협력체제도 한층 공고히 할 예정이다.

올해 금융권에서는 성과주의 문화 확산이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핵심 개혁 과제이자 화두로 꼽히고 있다. 예보는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우수 사례로 소개된 바 있다. 또 현재 성과연봉제 도입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예보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생각하고 솔선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