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감상과 해석은 관람객의 몫”… 전시회 열며 작품에 제목 안붙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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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규채 씨의 대나무 사진은 마치 수채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그는 작품을 보는 이들이 마음껏 상상하도록 배려하기 위해 일부러 작품 제목을 달지 않는다. 라규채 씨 제공
지난해 9월 ‘2015 세계대나무박람회’가 열릴 때 라 씨는 ‘대숲에 스미다’란 특별전을 열었다. 스틸 사진으로 빔 프로젝트와 전통 창호를 이용해 달빛에 대나무 그림자가 창문에 드리우는 장면을 연출하는 영상작품을 선보였다. 묵화에서 느낄 수 있는 먹빛의 농담과 번짐으로 대나무의 공(空)개념 철학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몇몇 관람객들이 손가락으로 창호지에 구멍을 뚫는 일이 있었다. 관람객의 무지를 탓하며 화를 낼 법도 했지만 그는 오히려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라 씨는 “‘이게 뭐지’ 하고 관심을 갖게 한 것만으로도 성공한 것”이라며 “이게 바로 아마추어가 느낄 수 없는 창작예술의 감흥”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