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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실험실]도슨트 질문 가능… 오디오 작품 몰입… 전자책 정보 무궁…

입력 | 2016-04-25 03:00:00

전시회의 세 가이드 비교해보니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의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를 보며 도슨트의 설명에 귀 기울이는 관람객들. 영국 작가 트레이시 에민의 ‘1963년을 회고하며’는 오디오 가이드로, 백남준의 ‘노마드’는 전자책 가이드로 각각 작품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맨위쪽부터)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우리 미술관의 대표작이에요. 이것만 보러 오는 분도 있으니 잘 봐두세요.”

8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율곡로 미술관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상설전 ‘리얼리?’. 이 전시에서 도슨트(설명자) 유경영 씨는 영국 작가 마크 퀸의 미술품 ‘셀프’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마크 퀸이 5년 동안 자신의 피 4∼5L를 뽑아 얼려 조각한 본인의 두상이다. 관람객 20명의 시선이 일제히 이 작품에 꽂혔다.

백남준, 앤디 워홀 등 작가 35명의 작품 140여 점으로 구성된 ‘리얼리?’에서는 사람이 안내하는 도슨트, 이어폰에서 정보가 나오는 오디오 가이드, 전자책 가이드 등 3가지 방법으로 관람객의 감상을 돕는다. 전자책 서점 리디북스의 전자책 단말기 ‘페이퍼’를 활용한 전자책 가이드는 2월 23일부터 도입됐다. 세 가이드의 특징을 비교해봤다. 모두 무료이며 걸리는 시간도 1시간으로 비슷하다.

도슨트의 설명은 주목도가 높았다. “‘셀프’가 보관된 곳은 영하 20도 이하의 냉동고예요. ‘셀프’는 세계에 4개가 있었는데 영국에 있던 작품이 냉동고의 전원이 빠져 망가졌어요. 삶의 유한함, 인간의 나약함이 드러나죠.”

박제된 사슴 두 마리에 수백 개의 반짝이는 구슬을 붙인 일본 작가 고헤이 나와의 ‘픽셀-더블 디어#7’ 앞에서도 설명이 이어졌다. 수백 개의 구슬을 붙인 두 마리 사슴을 보며 “와, 예쁘다”를 연발하던 관람객들은 그 안에 실제 박제된 사슴이 있는 걸 확인하고는 놀랐다. 본질에 대한 인식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작품이다.

“작가가 주문한 오브제와 전혀 다른 게 도착한 데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죠.”

이런 설명은 오디오 가이드와 전자책 가이드에는 없다. 다만 도슨트가 설명하는 작가는 15명 내외로 오디오 가이드(19명)와 전자책 가이드(18명)에 비해 적었다. 전체 관람객의 7% 정도가 도슨트를 이용한다.

오디오 가이드의 이어폰을 꽂자 남자 성우의 목소리가 나왔다. 눈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영어와 중국어로도 지원돼 외국인이 많이 이용한다. 사용하는 관람객 비율은 34% 정도다. 이어폰을 귀에 걸어야 해 불편하고 목소리 톤이 일정해 단조로운 느낌이 든다.

오디오 가이드는 앞뒤로 한 개 작품씩 옮겨갈 수 있는 데 비해, 전자책 가이드는 목록을 보며 작품을 자유자재로 찾아볼 수 있었다. 작품당 설명도 오디오 가이드보다 많았다. 망가진 ‘셀프’가 세계적 컬렉터인 영국의 찰스 사치가 소장하던 것이었고, 이 얘기로 작품이 더 유명해졌다는 내용도 전자책 가이드에만 있었다. 하지만 눈이 침침한 고령자라면 조금 불편하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전자책 가이드 이용률은 도입 당시 12%에서 최근 32%로 늘었다. 오디오 가이드와 맞먹는 수준이다.

양민희 ㈜아라리오 홍보담당은 “전자책 가이드에 대한 호응이 커서 다음 달 5일 제주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Ⅱ에서 시작하는 ‘실연에 관한 박물관’ 전시에도 도입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듣길 원한다면 도슨트가 ‘딱’이다. 설명 시간에 맞추는 게 쉽지 않고, 도슨트별 실력 차가 있다는 건 감안해야 한다. 조용히 집중해서 풍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전자책 가이드를 권한다. 작품 감상에만 눈을 두고 싶다면 오디오 가이드가 제격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