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의 세 가이드 비교해보니
인도 작가 수보드 굽타의 ‘모든 것은 내면에 있다’를 보며 도슨트의 설명에 귀 기울이는 관람객들. 영국 작가 트레이시 에민의 ‘1963년을 회고하며’는 오디오 가이드로, 백남준의 ‘노마드’는 전자책 가이드로 각각 작품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맨위쪽부터)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8일 방문한 서울 종로구 율곡로 미술관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의 상설전 ‘리얼리?’. 이 전시에서 도슨트(설명자) 유경영 씨는 영국 작가 마크 퀸의 미술품 ‘셀프’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마크 퀸이 5년 동안 자신의 피 4∼5L를 뽑아 얼려 조각한 본인의 두상이다. 관람객 20명의 시선이 일제히 이 작품에 꽂혔다.
백남준, 앤디 워홀 등 작가 35명의 작품 140여 점으로 구성된 ‘리얼리?’에서는 사람이 안내하는 도슨트, 이어폰에서 정보가 나오는 오디오 가이드, 전자책 가이드 등 3가지 방법으로 관람객의 감상을 돕는다. 전자책 서점 리디북스의 전자책 단말기 ‘페이퍼’를 활용한 전자책 가이드는 2월 23일부터 도입됐다. 세 가이드의 특징을 비교해봤다. 모두 무료이며 걸리는 시간도 1시간으로 비슷하다.
박제된 사슴 두 마리에 수백 개의 반짝이는 구슬을 붙인 일본 작가 고헤이 나와의 ‘픽셀-더블 디어#7’ 앞에서도 설명이 이어졌다. 수백 개의 구슬을 붙인 두 마리 사슴을 보며 “와, 예쁘다”를 연발하던 관람객들은 그 안에 실제 박제된 사슴이 있는 걸 확인하고는 놀랐다. 본질에 대한 인식을 의도적으로 방해한 작품이다.
“작가가 주문한 오브제와 전혀 다른 게 도착한 데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죠.”
이런 설명은 오디오 가이드와 전자책 가이드에는 없다. 다만 도슨트가 설명하는 작가는 15명 내외로 오디오 가이드(19명)와 전자책 가이드(18명)에 비해 적었다. 전체 관람객의 7% 정도가 도슨트를 이용한다.
오디오 가이드의 이어폰을 꽂자 남자 성우의 목소리가 나왔다. 눈은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영어와 중국어로도 지원돼 외국인이 많이 이용한다. 사용하는 관람객 비율은 34% 정도다. 이어폰을 귀에 걸어야 해 불편하고 목소리 톤이 일정해 단조로운 느낌이 든다.
양민희 ㈜아라리오 홍보담당은 “전자책 가이드에 대한 호응이 커서 다음 달 5일 제주 아라리오뮤지엄 동문모텔Ⅱ에서 시작하는 ‘실연에 관한 박물관’ 전시에도 도입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다채로운 이야기를 듣길 원한다면 도슨트가 ‘딱’이다. 설명 시간에 맞추는 게 쉽지 않고, 도슨트별 실력 차가 있다는 건 감안해야 한다. 조용히 집중해서 풍부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전자책 가이드를 권한다. 작품 감상에만 눈을 두고 싶다면 오디오 가이드가 제격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