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윈차오 소설 ‘톈퉁위안에 해가 지다’
‘베이퍄오’ 등 도시 서민들이 사는 대표적인 곳으로 ‘아시아 최대의 서민 아파트 단지’인 ‘톈퉁위안(天通苑)’이 있다. 베이징 북부 창핑(昌平) 구 둥샤오커우(東小口) 진에 있는 이 단지 면적은 약 6km². 면적은 호주 수도 멜버른의 중심 지구와 비슷하지만 상주 및 유동 인구가 약 70만 명으로 멜버른(6만 명)의 11배가 넘는다. 톈퉁위안에는 불과 50m² 면적의 집에 10명가량도 사는, 말 그대로 ‘벌집 아파트’도 있고 지하실에 거주하는 사람도 많다.
‘톈퉁위안에 해가 지다’(사진)는 베이징 등 도시 서민의 팍팍한 삶, 그들의 고뇌 등을 다양한 각도로 그려낸 중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중편 ‘톈퉁위안에 해가 지다’는 작가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가량 톈퉁위안 베이얼취(北二區)에 살면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얘기다. 그는 90m²가량의 면적에 10여 명이 얇은 칸막이만으로 나뉜 공간에서 전혀 방음이 되지 않는 채 살았다. 23세 젊은 여성으로 미혼모가 된 둥둥(東東)과 그녀의 어머니와의 갈등, 여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부동산 중개업소 청년 직원 ‘다거쯔(大個子·‘키가 큰 남자’라는 뜻)’, 밤낮을 거꾸로 사는 노래방 도우미 여성, 어쩌다 한 번씩 나타나는 누군가의 정부(情婦)로 알려진 여성 등이 등장한다. 주인공만이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작가는 이들의 삶 속에서 ‘활력이 충만한 살아있는 베이징의 한 단면’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많이 배우고 교양 있으면 뭐해, 돈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둥둥 엄마의 이 한마디가 소설 속 많은 군상의 심리를 관통한다.
이 작품과 작가는 문학 작품과 음악 영화 등의 인터넷 공유 플랫폼이자 휴대전화 앱인 ‘이거(一個·하나)’를 통해 유명해졌다. ‘이거’에 발표한 글들이 인기를 끌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뒤에도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작품이다. ‘이거’에는 왕윈차오를 포함해 상주 작가 14명과 많은 신인 작가가 글을 올려 독자들과 만난다. 중국에는 ‘이거’ 외에도 ‘젠수(簡書)’ ‘폔커(片刻)’ 등 많은 ‘중단편 문학 작품’ 인터넷 플랫폼들이 있다. 이 소설은 요즘 세태가 과거와 달리 서점에서 책을 사서 보지 않고 앱을 열어 보는 풍속도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