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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카페]베이징 달동네의 팍팍한 삶과 고뇌

입력 | 2016-04-25 03:00:00

왕윈차오 소설 ‘톈퉁위안에 해가 지다’




‘베이퍄오(北漂)’는 직역하면 ‘베이징에 표류하고 있는 사람’이다. 중국 베이징에 와서 살고 있는 외지인으로 베이징 호적이 없는 사람을 지칭한다. 번듯한 직장을 다니는 사람도 있지만 언제부턴가 생겨난 이 용어는 처음에는 일정한 주거나 직장이 없어 몸도 마음도 베이징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사람들을 가리켰다.

‘베이퍄오’ 등 도시 서민들이 사는 대표적인 곳으로 ‘아시아 최대의 서민 아파트 단지’인 ‘톈퉁위안(天通苑)’이 있다. 베이징 북부 창핑(昌平) 구 둥샤오커우(東小口) 진에 있는 이 단지 면적은 약 6km². 면적은 호주 수도 멜버른의 중심 지구와 비슷하지만 상주 및 유동 인구가 약 70만 명으로 멜버른(6만 명)의 11배가 넘는다. 톈퉁위안에는 불과 50m² 면적의 집에 10명가량도 사는, 말 그대로 ‘벌집 아파트’도 있고 지하실에 거주하는 사람도 많다.

‘톈퉁위안에 해가 지다’(사진)는 베이징 등 도시 서민의 팍팍한 삶, 그들의 고뇌 등을 다양한 각도로 그려낸 중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작가 왕윈차오(王云超·33)는 허베이(河北) 성의 최빈곤층 농촌 가정에서 태어나 ‘빵 완구 TV’가 없고 ‘빈곤 폭력 눈물’이 있는 환경에서 자랐다며 이런 배경을 가진 사람은 보통 ‘비참한 막노동자, 폭력 범죄자 아니면 예술가’의 세 가지 길이 있는데 자신은 운 좋게 세 번째 길을 걸어왔다고 소개한다. 이런 성장 배경 때문에 작가가 된 후 ‘예술을 위한 예술’은 ‘느끼하다’며 싫어하고 평민의 삶, 그들의 말과 욕망 등을 주로 쓸 수밖에 없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중편 ‘톈퉁위안에 해가 지다’는 작가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가량 톈퉁위안 베이얼취(北二區)에 살면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얘기다. 그는 90m²가량의 면적에 10여 명이 얇은 칸막이만으로 나뉜 공간에서 전혀 방음이 되지 않는 채 살았다. 23세 젊은 여성으로 미혼모가 된 둥둥(東東)과 그녀의 어머니와의 갈등, 여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 쉽게 사랑하고 쉽게 헤어지는 부동산 중개업소 청년 직원 ‘다거쯔(大個子·‘키가 큰 남자’라는 뜻)’, 밤낮을 거꾸로 사는 노래방 도우미 여성, 어쩌다 한 번씩 나타나는 누군가의 정부(情婦)로 알려진 여성 등이 등장한다. 주인공만이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작가는 이들의 삶 속에서 ‘활력이 충만한 살아있는 베이징의 한 단면’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많이 배우고 교양 있으면 뭐해, 돈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둥둥 엄마의 이 한마디가 소설 속 많은 군상의 심리를 관통한다.

이 작품과 작가는 문학 작품과 음악 영화 등의 인터넷 공유 플랫폼이자 휴대전화 앱인 ‘이거(一個·하나)’를 통해 유명해졌다. ‘이거’에 발표한 글들이 인기를 끌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뒤에도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작품이다. ‘이거’에는 왕윈차오를 포함해 상주 작가 14명과 많은 신인 작가가 글을 올려 독자들과 만난다. 중국에는 ‘이거’ 외에도 ‘젠수(簡書)’ ‘폔커(片刻)’ 등 많은 ‘중단편 문학 작품’ 인터넷 플랫폼들이 있다. 이 소설은 요즘 세태가 과거와 달리 서점에서 책을 사서 보지 않고 앱을 열어 보는 풍속도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