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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잡시다!]수면제 복용 뒤 음주처럼 ‘필름 끊기는’ 증상 나타날 수도

입력 | 2016-04-25 03:00:00

<3> 올바른 수면제 복용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20대 여성 최모 씨는 지난해부터 심한 불면증에 시달렸다. 우울함과 불안감을 많이 느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다 중단한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다. 최 씨는 ‘정신과 약보다는 낫겠지’라는 생각에 약국에서 산 수면제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이내 소용이 없어 초조해졌다. 결국 일주일가량 잠을 이루지 못한 올해 초 충동적으로 수면제 수십 알을 먹고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갔다.

경쟁 사회가 심화되면서 수면장애 또는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수면장애 환자는 연평균 8.7%씩 증가해 지난해 5만59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는 정확한 수면제 사용에 관한 통계가 없는 실정이지만 전문가들은 수면장애 증가세만큼 수면제 사용량도 늘고 있다고 보고 있다.



○ 수면제로 얻은 잠=억지 잠

수면제의 장점은 효과가 즉시 나타나고, 환자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특히 수면장애를 겪은 시간이 길수록 수면제 복용 첫날 큰 효과를 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면제가 수면장애의 근본적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홍승봉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촉진제를 복용하면 수면의 절대적 시간이 늘어날 수 있지만, 피로 해소에 중요한 델타 수면과 같은 깊은 잠은 아니다”라며 “수면제로 얻어진 잠은 ‘억지 잠’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잠이 안 온다고 수면제를 오남용하면 부작용에 시달릴 우려가 높다. 일단 수면제는 의존성과 내성이 강하므로 처음엔 한 알을 먹다가도 나중엔 2, 3알 먹어야 같은 효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수면제에 의지하게 돼 약을 끊기가 더 어려워진다.

○ 수면제 복용 다음 날 운전 조심해야

수면제 의존이 심할 경우 기억상실, 수면 중 이상행동, 기상 뒤 출근길 안전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높아진다. 특히 졸피뎀 계열의 수면제를 복용하면 음주 뒤 ‘필름이 끊기는’ 것과 같이 전날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2012년 미국 메이오클리닉 연구진은 수면제를 복용한 성인 8000명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수면제 복용자들은 입원할 정도의 신체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일반인의 1.7배에 이르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졸피뎀 복용 다음 날 운전기능 저하를 경고한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다.

아직 논쟁 중이지만 수면제 사용이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도 있다. 2014년 프랑스 보르도대 소피 빌리오티 교수팀이 주도한 연구에 따르면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수면제를 장기 복용하면 치매 발병률이 최대 1.5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은 세브란스병원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최근에 수면제와 치매의 연관성을 낮게 평가하는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수면제에 대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 수면 장애 근본 원인부터 찾아야

전문가들은 수면제에 의존하기보다는 수면장애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코골이) 탓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들은 수면제 복용에 더 주의해야 한다. 수면 중 호흡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은 부정맥,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병 등 합병증 발병률도 높은데, 수면제 성분이 해당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잠들기 위해 누울 때마다 다리가 아프거나 저릿한 기분이 들어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하지불안증후군 또는 주기성사지운동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증상은 철 결핍성 빈혈, 관절염, 당뇨병에 따른 증상일 수 있는데, 수면제 복용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



○ 음주 시 복용하면 안 돼

수면제 복용이 불가피하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와 상담 뒤 복용하는 것이 부작용을 줄이는 길이다. 수면제는 가급적 매일 먹지 막고 1주 2회 이하로 먹는 게 좋다. 취기가 있을 정도의 음주 상태에서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수면제 복용 8시간 전후로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 장거리 비행에 따른 시차 적응을 위해서 수면제를 먹는 것도 좋지 못한 습관이다. 수면제가 듣지 않을 경우 인지행동치료와 같은 비약물 치료도 시도해 볼 수 있다. 또 평소 생활 속에서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졸릴 때만 자리에 눕는 등 수면 건강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나해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수면제 복용이 반드시 중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른 질환 때문에 찾아오는 2차성 불면증이 늘고 있는 만큼 불면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 수면제를 알맞게 적당기간 동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