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도 셰익스피어를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김일성대 영문과 출신 탈북자로부터 들었다. 작품당 몇 쪽씩, 사상성이 없는 부분을 발췌해 학습했다고 한다. ‘베니스의 상인’에서 ‘살은 베어가되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선 안 된다’고 한 재판관의 기지 넘치는 판결 이야기는 북의 중학 국어 교과서에도 나온다. 셰익스피어에 대해 ‘위대한 사실주의자이며 인민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인 작가’라고 평가한 북한의 문학개론서도 있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었던 23일 각종 기념행사가 지구촌 곳곳에서 열렸다. 요즘 흔히 쓰는 ‘컨트롤(control)’, ‘패셔너블(fashionable)’, ‘힌트(hint)’ 등은 셰익스피어가 만든 조어 2000개의 일부다. ‘반짝이는 것이 모두 금은 아니다(All that glitters is not gold)’와 같은 격언도 그의 작품에서 비롯됐다. 그런 단어와 표현을 지칭하는 ‘셰익스피어리즘(Shakespeareism)’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일상 속에서도 셰익스피어의 자취는 뚜렷하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