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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전문기자의 스님의 밥상을 엿보다] 금수암

입력 | 2016-04-25 07:14:00

진달래 화전 만들던 스님 “중은 제대로 공부 하려면 꽃을 멀리해야”



금수암의 야외 부뚜막. 부뚜막 안에는 반질반질한 무쇠 솥단지 2개가 걸려 있다. 무쇠 솥은 많은 식객들이 찾아왔을 때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음식을 할 수 있어 좋다. 부뚜막 바로 앞의 대나무 숲과 황토로 올린 개방형 지붕이 운치를 더한다.

대안스님이 산청장에서 산 미나리를 사고 있다. 산청장은 1일과 6일에 열리는데 장날이 되면 스님은 곧잘 산나물을 사러 가곤 한다. 이날은 산미나리를 만원어치 샀다.

대안스님이 비빔국수를 만들고 있다. 스님은 국수를 누구보다도 빨리 만들었다.

기자가 먹어봤던 국수 중 가장 맛있었던 비빔국수. 머위, 산미나리, 콩나물, 견과류 고추장이 참기름, 식초와 어울려 독특한 맛을 냈다. 비빔국수 안에 잔뜩 들어있는 머위와 산미나리의 향취를 맡으며 ‘진짜 봄’을 만끽했다.

대안스님이 간장 항아리를 열고 장맛을 보고 있다. 장위에 뜬 하얀 것은 ‘찔레꽃’이라고 하는데 좋은 물, 좋은 소금, 좋은 메주가 잘 어울려 익어갈 때만 나오는 것이라고 스님은 귀띔했다. 금수암에는 된장, 고추장, 장아찌, 효소 등을 담은 150여개의 항아리가 있다. 스님은 장을 담글 때 시감로수진언(물맛이 감로처럼 좋은 맛으로 변하라는 진언)을 염불하고 버선을 한지로 오려 거꾸로 장독에 붙이는 등 정성을 다해 관리를 한다. 금수암 장은 맛있기로 유명한데 그런 평가를 받게 된 것은 모두 윗대 어른들의 가르침을 따랐기 때문이다.

대안스님이 진달래를 따 담은 바구니를 들고 벚꽃이 만발한 금수암 앞길을 걸어 절로 돌아오고 있다. 스님은 진달래 화전을 소개하기 위해 잠시 짬을 내 근처 야산에서 진달래를 따왔다.

스님이 잠깐 딴 진달래. 별로 안 딴 거 같았는데 발우가 넘칠 만큼 많았다.

진달래 화전을 만들 때는 꽃술을 떼야 한다. 봄꽃의 꽃술에는 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진달래 화전 만들기는 요리에 문외한인 기자가 보기에도 어렵지 않아 보였다. 찹쌀가루 반죽을 후라이팬에 올린 후 가장자리가 익기 시작할 때 진달래를 올리면 끝이었다.

진달래 화전이 봄이 왔음을 알린다. 사진을 찍을 때 대안스님은 바람에 떨어진 벚꽃을 주워 화전 옆에 날렸다. 기자가 금수암에 갔을 때는 천지가 봄이었다.


대안스님이 소개한 음식은 ‘진달래 화전’ 이다.

기자는 ‘봄 이니까 진달래 화전도 좋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뜻밖에도 스님은 화전을 만들면서 “중은 제대로 공부를 하려면 꽃을 멀리해야 한다”는 은사 스님의 말씀을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전을 소개한 이유를 묻자 “봄꽃을 보기만 합니까…시기를 놓치면 일년에 한번 먹기도 어려운 음식이고 도시의 진달래는 오염돼 먹을 수 없기에 꽃을 이용한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답했다. 스님이 진달래 화전을 소개한 이유는 다 중생에게 있었다.

○ 진달래화전 레시피

진달래꽃 12송이, 찹쌀가루2C, 물1/2C, 소금1t, 부침유(들기름1T + 식용유1T), 꿀2T



1. 찹쌀가루에 소금을 넣고 잘 섞은 뒤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익반죽한 후 비닐봉지에 넣어 1시간정도 숙성시킨다.

2. 진달래꽃은 꽃술을 떼고 물에 담갔다가 건져내어 마른행주 위에 올리고 물기를 닦는다.

3. 찹쌀반죽을 5cm지름으로 동글납작하게 빚는다.

4. 후라이팬에 부침유를 두르고 찹쌀 반죽을 올린다. 가장자리가 익기 시작하면 뒤집어 숟가락으로 눌러 모양을 잡은 뒤 바로 꽃잎을 얹는다. 꽃잎 얹은 쪽을 한 번만 뒤집어 바로 꺼낸다.

5. 화전이 한소끔 식으면 꽃이 있는 쪽에 꿀을 발라준다.

이종승 전문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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