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훈 정책사회부장
의원들의 갑질. 금배지들이 국정감사 기간 중 대기업 오너들을 마구잡이로 증인신청을 해놓고 뒤로는 빼주는 조건으로 자기(지역구)의 민원을 해결한다는 것은 정치권에서는 비밀도 아니다. 여야 합의가 안 됐다며 회의 시간을 늦추는 건 ‘애교’다. 국무위원들과 부처 간부들은 금쪽같은 시간에 하염없이 여의도를 방황한다. 회의가 열리면 그나마 다행이다. 안 열린다고 하늘같은 금배지들을 어떻게 하겠나. 대정부 질문이 시작되면 상당수 의원들은 자기 일을 보러 자리를 뜬다. 자랑할 건지 알 순 없지만 세계 최장 기록을 세운 야당의 필리버스터 때 몇 명의 의원이 자리를 지켰나. 민원을 안 들어주면 유관 부처의 실, 국에 ‘10년 치 자료를 제출하라’며 ‘자료폭탄’을 던진다. 자식이나 친인척의 취업 청탁도 지저분한 고질병이다. 유령 보좌관 등록이나 보좌관 월급 ‘상납’, 의원회관에 카드단말기 설치하고 책 파는 일 같은 추한 짓은 더 이상 하지 말자.
다음은 의원들의 분신인 보좌관들의 갑질. 여의도 물정에 낯선 초선 의원보다 노련한 보좌관 한 명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보좌관들이 수시로 부처 공무원을 의원회관으로 불러 현안 브리핑을 시키고 부적절한 청탁을 넣는 일도 없어져야 할 갑질이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가끔은 세종시 청사에 직접 내려가 공무원들의 생생한 고충을 보고 듣고, 덤으로 바람까지 쐬면 좋을 것 같다. 또 19대 국회에선 보좌관들이 상임위 소속 부처 산하 기관이나, 유관 기업 대관 담당자들을 전화로 불러 술값, 밥값을 대납시키는 뻔뻔한 일이 유독 많았다고 한다. 국회 대관 담당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찔렀다. 오죽했으면 한 고참 보좌관은 “너무 부끄러워 자정 결의라도 하자고 기자회견 하려다가 왕따 된다고 주변에서 만류해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겉으로만 약자인 척하는 대기업. 생산성과 경쟁력의 하락을 놓고 언제까지 외부 탓만 할 건가. 총선 결과를 보며 대관 라인 재정비에만 정신 팔지 말고 노조와 사생결단을 내 죽기 살기로 구조조정에 나서라. 지금 기업이 살고 나라도 사는 유일한 길이다.
이종훈 정책사회부장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