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이후]
5·18민주묘지 방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민주열사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확전 자제’ 나선 文-金
22일 회동을 놓고 다른 주장을 펼쳤던 두 사람은 이날 약속이나 한 듯 확전을 자제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김 대표가 총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셨고 대선에서도 필요한 역할이 있는데, 언론이 사소한 진실 다툼으로 두 분 틈을 자꾸 벌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이 문제에 일절 코멘트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대표도 “난 문 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울 이유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회동에서) 내가 들어보지 않은 얘기가 나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에 단둘이 만나는 일은 없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 광주에서 ‘이적행위’ 언급한 金
김 대표는 이날 총선 이후 첫 지방 일정으로 광주를 찾았다,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당은 광주에서 한 석도 얻지 못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제1당이 되었다고 우리 당의 비상상황이 해제되었다고 생각하는 건 안일한 판단”이라면서 “호남 민심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 당은 계속 비상상황을 유지하지 않을 수 없고, 정권교체의 길도 험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당내 계파 싸움에 대한 강도 높은 ‘경고’도 내놨다. 김 대표는 “총선에서 우리가 뼛속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은 ‘당권’이라는 계파의 욕심이 아니라 ‘집권’이라는 국민의 염원”이라며 “더 이상 계파 싸움 하지 않고 공허한 관념의 정체성에 흔들리지 않아야 수권 정당, 대안 정당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유능한 경제 정당이 돼야 한다. 경제에만 구조조정이 있는 게 아니라 정치에도 구조조정이 있다”며 “더민주당의 변화를 회피하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은 정권교체를 방해하는 이적행위다. 사정없이 죽비를 내리쳐 달라”고 역설했다. 총선 후 자신에 대한 친노·운동권 그룹의 비판과 견제 움직임을 ‘계파 욕심’으로 규정하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 이번엔 ‘전대 연기론’ 갑론을박
‘김종인 당 대표 합의 추대론’이 잦아드는 대신 ‘전당대회 연기론’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대 연기는 김 대표 중심의 비대위 체제 유지를 의미한다. 이날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이종걸 원내대표도 전대 연기론에 가세했다. 그는 “(전대 연기도) 하나의 고려할 방법”이라며 “(김 대표 체제를) 어느 정도 끌고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국회의장직 도전에 나선 이석현 의원(6선)은 “(김 대표) 추대론이 지나가니 이젠 전당대회 연기론 같은 필요 없는 군불 자꾸 때지 말고 정도(正道)로 가야 한다”며 “민주정당에서 당권 경쟁은 분열이 아니고 대선 승리를 위한 당연한 길”이라고 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광주=차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