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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민동석]네팔의 희망, 일본-에콰도르에 이어지길

입력 | 2016-04-26 03:00:00


민동석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

최근 일본과 에콰도르에 잇달아 발생한 강진으로 세계는 또다시 슬픔에 빠졌다. 지난해 이맘때 네팔에서 발생한 규모 7.8의 대지진 이후 1년도 되지 않아 비극이 되풀이되고 만 것이다. 특히 인명 피해의 규모가 큰 에콰도르는 구호의 손길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우더라도 희망을 되찾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4월 89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네팔 대지진의 참상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당시 소식을 접하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를 통해 소중한 인연을 이어온 네팔의 아이들이 걱정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네팔 대지진 이후, 봄은 다시 찾아왔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시리기만 하다. 지난겨울엔 카트만두 인근 임시거처에서 생활하던 17명이 추위를 이기지 못하고 동사(凍死)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해 수많은 나라와 국제구호단체들이 네팔에 도움의 손길을 전했지만 피해 복구는 한참 멀어 보였다.

유네스코한국위는 지난겨울 학교 건물 3개 동 중 2개 동이 무너져버린 카트만두 계곡의 난디학교를 찾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 학교의 풍경은 더욱 먹먹했다. 임시 텐트 안 교실은 허름하기 그지없었다. 학생 중 약 5분의 1은 낮에 일하고 밤에 학교를 나오는 저소득층이다. 너덜너덜한 공책을 안고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혔다.

유네스코한국위는 한국의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모아준 네팔교육재건기금을 난디학교에 전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손님이 찾아온다는 소식에 운동장에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약 200명이 모였다.

한국 기업의 후원으로 마련해간 학용품 세트를 받아 들고 아이들은 이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의사가 꿈이라는 한 아이는 연신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따라다니며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진으로 인해 아이들이 겪었을 아픈 상처를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아이들의 가슴에 희망이라는 글자를 아로새길 수 있었다. 네팔의 작은 학교에서 시작된 희망이 에콰도르에도 다시 한 번 피어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민동석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