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봉 北체제 폭로 다큐 ‘태양 아래’ 만스키 감독

영화 ‘태양 아래’를 연출한 비탈리 만스키 감독은 “북한에서 촬영 기간 내내 검열을 당했기 때문에 촬영분을 제출하기 전 모두 복사해 두고, 의심을 사지않을 장면만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복사본을 북한에서 반출한 과정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7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전체 관람가)는 북한 최대 명절 중 하나인 태양절(김일성의 생일) 축하 공연 무대에 설 예정인 8세 진미가 주인공이다. 영화 초반 카메라는 깨끗하고 잘 정리된 평양 거리, 화목하고 다정한 진미네 집 안 풍경을 비추지만 카메라 앵글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면 이면의 진실이 정체를 드러낸다.
이 작품을 연출한 비탈리 만스키 감독(53)은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활동하며 다큐멘터리 10여 편을 연출한 중견 감독이다. 그는 2014년 북한에서 각각 약 20일 동안 두 차례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 전후에 계속 카메라를 켜두는 등의 방법으로 북한 정부가 어떻게 주민들의 행동과 생각을 통제하고 억압하는지 적나라하게 담았다. 영화 개봉에 즈음해 내한한 그를 2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영화 ‘태양 아래’는 여덟 살 진미가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 축하 무대에 서는 과정을 담으며 이면에 숨겨진 북한의 민낯을 보여준다. 영화사 날개 제공
“저 역시 현재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태어나 옛 소련 시대를 살았지만 지금 북한 상황은 가장 통제가 심했던 스탈린 시절 이상입니다. 북한 주민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체제의 일원이 되고 죽는 순간까지 그 속에 갇혀 있죠. 그들이 배운 유일한 진리이자 진실은 북한 정부의 거짓말입니다.”
영화 속에서 북한 관료들은 진미와 부모의 대화 하나하나까지 지시한다. 만스키 감독은 “더 놀라운 건 모든 사람이 그렇게 연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라며 “진미 아빠가 일하는 것으로 연출된 봉제공장에 봉제사 100여 명이 있었는데 그들은 진미 아빠를 본 적도 없는데도 관계자들이 시키는 대로 연기를 해냈다”고 말했다.
최근 서구를 중심으로 북한에 호기심을 느끼고 관광을 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만스키 감독은 이런 현상에 대해 “호기심과 관심이 생기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런 행동의 의미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며 “관광객들이 지불하는 달러는 북한의 굶주리는 아이들이 아니라 김정은의 고급 승용차를 사는 데 사용된다”고 했다.
“어제 서울 거리를 걷다 노숙인을 봤습니다. 그런 이들을 보다 보면 ‘뭔가 잘못됐다, 북한처럼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 북한의 실상을 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북한의 이런 재앙에 대해 연민을 느끼고 공감하기를, 그리고 개인의 인권과 자유의 가치를 이해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