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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제주]中 관광객 송객수수료 줄여 ‘싸구려 관광지’ 오명 벗자

입력 | 2016-04-27 03:00:00

제주도 ‘질적 성장’ 위해 팔 걷어붙여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손님들이 쇼핑을 하고 있다. 제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이 늘고 있는 가운데 질적 성장을 위해 면세점 업계가 송객수수료 등의 부조리 해결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 섬이 관광객으로 출렁거리고 있다. 지난해 1363만 명이 제주를 찾았고 올해에도 1500만 명에 가까운 관광객이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객 수만 놓고 보면 미국 하와이나 인도네시아 발리를 넘어서는 세계 최고의 관광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고질적인 송객수수료 문제를 비롯해 바가지 상혼, 야간 관광 부재, 쇼핑 인프라 부족, 시들한 지역상권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

이처럼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제주도가 팔을 걷어붙였다. 관광객 유치 목표를 정하지 않고 올해부터 5개의 질적 성장 관리지표를 만들어 관리한다. 관리지표로 관광객 체류일수, 1인당 평균 지출비용, 관광객 만족도, 여행 행태, 마케팅 다변화지수 등을 선정했다. 질적 성장을 위해 14개 중점과제와 86개 세부사업을 골자로 한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들 과제에서 중국인 관광객의 저가관광을 비롯해 과도한 송객수수료 문제 해결을 위해 수수료 비율을 명시하고 세금계산서 발행을 제도화한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제주지역 외국인 관광 시장은 중국인 관광객이 점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절대적이다. 전체 외국인 관광객 중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관광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지만 중국인 관광객 시장이 오히려 제주 관광의 질적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3박 4일 일정의 제주 관광 상품이 30만 원 안팎에서 팔리고 있다. 그야말로 초저가 상품이다. 제주가 싸구려 관광지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제주 현지에서 관광을 담당하는 여행사가 중국 내 모객 여행사로부터 행사비를 받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인두세라는 명목으로 중국 내 여행사에 돈을 주고 중국인 관광객을 받고 있다는 데 있다. 적자 상태에서 제주 여행이 시작되는 것으로 질 높은 관광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배경에는 과도한 송객수수료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관세청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면세점 측은 매출액의 20∼30%를 송객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 일반 쇼핑매장은 송객수수료가 이보다 훨씬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중국인 관광객을 면세점 등 각종 쇼핑매장으로 데리고 다니면서 손실을 메우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 관광객 재방문율이 이웃 나라 일본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이유이다. 결국 과도한 송객수수료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품격 있는 관광 제주, 한국 관광의 선진화는 멀기만 하다.

제주도가 제시한 중국인 관광객 관련 대책은 늦은 감이 있지만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관련업계의 자정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송객수수료율이 합리적으로 조정되어야 저가 상품이 근절되고, 제대로 된 제주 여행이 가능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법·제도 구축 위에 업계가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가 시내면세점 사업에 진출하면서 과도한 송객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면세점운영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자정 노력의 하나다. 이 구상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면세점 업계가 면세점운영협의체에 참여해 현실을 털어놓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면세업계가 송객수수료 문제를 먼저 해결하면 관광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투명한 관광시장을 조성해야 질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라대 문성종 교수(관광경영학)는 “면세점은 관광업계를 이끌고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에서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다”며 “과도한 송객수수료 문제 해결에는 면세업계가 먼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