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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선원사 주지 스님의 ‘스승 모시기’ 화제

입력 | 2016-04-27 03:00:00

초등교 스승 9명 사찰로 초대… 졸업생 6명과 음식 대접하며 옛정 나눠




23일 인천 강화군 선원사에서 경기 의정부시 호암초등학교 17회 졸업생들이 스승 9명을 모시고 감사 행사를 열었다. 카네이션을 가슴에 단 스승과 제자들이 활짝 웃고 있다. 선원사 제공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고려팔만대장경을 조판한 사찰인 인천 강화군 선원사(사적 제259호)에서 스승의 날(5월 15일)을 앞둔 23일 스승과 제자들의 뜻깊은 만남이 있었다.

이날 경기 의정부시 호암초등학교 17회(1975년) 졸업생 6명은 자신들을 가르쳤던 스승 9명을 모시고 사찰 음식을 대접하며 옛정을 나눴다. 졸업생 중 한 명인 선원사 주지 성원 스님(55)의 주선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절 주변 논에서 키운 연과 3년 만에 처음 수확한 산나물 ‘눈개승마’ 등으로 건강식을 만들어 점심식사를 한 뒤 강화평화전망대(양사면 철산리)를 다녀왔다.

성원 스님은 지난해에도 선원사에서 졸업생들과 함께 스승 12명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고 국악공연을 선보였다. 스님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옛 기억 때문에 이런 정성을 쏟고 있다. 가난한 가정 형편으로 보자기에 책과 학용품을 싸갖고 다니던 초등학교 4학년 시절 그의 담임교사가 전해준 책가방은 아직도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생각하고 있다. 성원 스님은 “1986년 선물을 준 스승님이 TV 퀴즈쇼 방청객으로 나온 장면을 우연히 보고 수소문해 연락이 닿았다”며 “이후 매년 스승의 날에 즈음해 만남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만남이 동창생들에게 알려지면서 6, 7년 전부터 이 학교 출신의 다른 사제들도 가세하기 시작했다. 이제 1970년대 호암초교를 다녔던 교사 16명과 성원 스님을 중심으로 한 제자 6, 7명이 스승의 날을 뜻깊게 맞이하는 ‘고정 멤버’가 됐다.

제자 김태화 씨(54·공무원)는 “친구 스님의 열성으로 제자의 도리를 하고 있다. 이번 모임을 통해 올가을 선생님들을 모시고 모교 교정에서 운동회를 열기로 결정했다”며 흐뭇해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