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양적완화 긍정 검토… 법인세 올리면 기업들 다 도망갈 것”

입력 | 2016-04-27 03:00:00

[朴대통령, 편집-보도국장 간담회]경제 살리기 해법




예정보다 40분 넘겨 130분 질의응답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45개 중앙 언론사 편집국장과 보도국장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당초 예정된 90분보다 40분이나 긴 130분에 걸쳐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새누리당의 4·13총선 공약인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밝히면서 관련 정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이 직접 기업 구조조정 문제 해결에 중앙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한국은행이 대통령의 요청에 어떤 방식으로 화답할지 주목된다.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문제에 대해서는 파견법을 비롯한 노동 개혁 4법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 “한국판 양적완화 긍정 검토”

총선 전 새누리당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제안한 한국판 양적완화는 한국은행이 KDB산업은행 채권과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직접 인수해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지원하자는 구상이다. 당초 전문가들은 한국판 양적완화가 여당의 총선 참패 후유증으로 추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 구조조정 등에 중앙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대가 있지만 한국은행법을 고쳐야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한은이 산업은행 채권을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양적완화를 추진할 뜻을 밝힌 만큼 20대 국회 개원 직후 정부와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은법 개정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판 양적완화가 추진되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이 정책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온 한은의 고민이 크다.

야당의 반발도 거세다. 총선 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부실한 거대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것이지 서민 생활이나 경제 활성화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언급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우려를 불식시키고 야당을 설득하는 게 한국판 양적완화 추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증세와 관련해서 박 대통령은 “세금을 올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그래도 부족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지면 국민이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세금을 올리는 문제는 항상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줄곧 지켜 온 생각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야당에서 주장하는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세계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려 기업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들이 다 도망갈 것”이라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여당이 주장한 ‘양적완화’에는 찬성, 야당이 주장한 ‘법인세 인상’에는 반대 입장을 보인 것이다.

○ “대기업 지정 제도 바뀌어야”

현행 대기업 지정 제도에 대해 박 대통령은 ‘반드시’라는 단어를 쓰면서 개정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다른 나라는 거의 없고 우리나라만 있는 제도”라며 대기업 지정 제도 자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앞서 이달 초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 셀트리온, 하림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으로 지정했다. 2009년에 새 기준이 마련된 이후 7년째 같은 기준(자산 5조 원 이상)이 유지되면서 셀트리온 같은 기업이 삼성그룹과 같은 규제를 받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카카오 같은 데서 뭘 좀 해보려고 하는데 대기업으로 지정돼 이것도 못 하고 저것도 못 하게 되면 누가 더 크려고 하겠느냐”며 “뭘 해 보려는 것을 다 발목을 잡아 놓고 투자가 안 되느니, 경제 활성화가 안 되느니 그러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대기업 기준 변경을 검토 중이다.

최근 화두가 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박 대통령은 개별 기업의 처리 방향에 대해선 말을 아낀 대신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문제 해결에 국회가 나서 줄 것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신산업 투자가 일어나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구조조정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근로자들이 재취업을 한다”며 “그게 노동개혁법에 다 있는 건데 (노동 개혁 추진이) 안 되니까 안타깝고 아쉬웠다”고 말했다.

야당에서 고용 안정성을 해친다며 반대하는 파견법에 대해서는 “파견법을 통해 실업자들이 빨리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적극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파견법만 통과되면 9만 개의 일자리가 생긴다. 파견법을 가장 바라는 곳이 중소기업”이라며 “구조조정의 대책도 되는 만큼 국회에서 전향적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상훈 january@donga.com·박민우 기자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