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연이 26일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린 제88회 동아수영대회 2일째 여자 일반부 평영 100m에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광주|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평영 200m서 여자선수 첫 통과
“4년만의 올림픽,후회없이 도전”
4년 전 런던올림픽. 힘차게 물살을 가른 그녀는 ‘인생기록’을 작성했다. 여자 평영 200m 준결승에서 2분24초67에 터치패드를 찍었다. 그러나 순위는 아쉽게도 9위였다. 결국 8명이 겨루는 결승에는 오르지 못했다.
모든 운동선수들이 그렇겠지만 백수연(25·광주시체육회)에게 올림픽은 더욱 의미가 크게 다가온다. 그런데 조금 다른 느낌이다.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아닌, 스스로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었던 소중한 추억의 무대로 과거를 떠올린다.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다시 올림픽 시즌이 돌아왔다. 그런데 백수연은 중학교 시절부터 10년간 달았던 태극마크를 지난해 내려놓아야 했다. 딱히 부상은 없었는데, 심한 슬럼프에 발목을 잡혔다. 그러나 그녀는 다른 이들이 갖지 못한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경험이 조금씩 쌓이며 ‘내려놓음’도 빠르다. 기쁨이든, 아픔이든 과거를 쉽게 잊는 편이다.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물살을 갈랐다. 회복속도가 빨랐다. “지난해는 너무 좋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에게 너무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후배들의 기록도 아주 좋았다. (A기준기록을) 의식하지 않았다. 이번 대회는 출전 종목에서 1위만 하자는 생각이었다.” 의지가 통했다. 종목 1위도, 올림픽 출전기록도 달성했다. 이렇게 다시 그녀의 인생에 성큼 다가온 올림픽. 런던에선 “올림픽을 실감할 새도 없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멋모르고 뛰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런던올림픽 당시와 현재 기록 사이에 놓여진 2초의 벽은 극복하기가 몹시 어렵다. 리우올림픽에서 베스트 기록에, 결승 진출에 또 한 번 도전하고 싶지만 의지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백수연은 그 대신 자신에게 숙제를 내줬다. ‘후회 없는 게임’이다. 기록에 연연하고,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철저히 스스로와의 싸움에 초점을 맞췄다. “올림픽이란 큰물에서 많은 걸 얻고 싶다. 런던과 지금의 나는 또 다르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멋지게 도전하겠다.”
여자 평영 200m 세계기록은 묄레 페데르센(덴마크)이 2013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2분19초11, 올림픽기록은 레베카 소니(미국)가 런던에서 세운 2분19초59다. 아시아기록은 올해 4월 레이 가네토(일본)가 만든 2분19초65다. 현실적으로 세계의 벽은 이처럼 높기만 하다. 그래도 백수연은 리우에서 값진 도전으로 한국수영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