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여수서… 원격제어도 안돼… 경찰, 해커 소행 가능성에 무게
전남 여수경찰서 남산파출소 정모 경위(45)는 24일 오후 11시 22분 ‘한 여성이 길거리에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와 함께 여수시 서교동의 한 시장으로 출동했다. 만취해 버스 승강장 의자에 앉아 있는 40대 여성을 일으켜 세우던 정 경위는 버스 정보안내기 모니터에서 성인 남녀의 성관계 동영상이 흘러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1.5m 높이의 안내기 상단 23인치 모니터에는 버스 도착시간 등 교통 상황, 시정(市政) 홍보, 행사 안내 등의 정보 대신 낯 뜨거운 음란물이 상영되고 있었다.
정 경위 등은 모니터를 끄려 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고 여수시청 당직실에 연락해 “안내기를 꺼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급한 대로 주변에 떨어진 대형마트 전단지 석 장을 모니터에 붙여 음란물을 가렸다.
전남지방경찰청은 음란 동영상 파일이 24일 오후 10시 50분 문제의 안내기에 업로드된 것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심야시간이긴 하지만 72분 동안 음란물이 방영된 것이다.
여수시내 버스 정보안내기 174대 중 134대는 외부 인터넷망을 통해 운영된다. 경찰은 일단 해커가 안내기 인터넷망에 침입해 음란물을 틀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여수=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