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ADHD는 지역이나 인종적 차이가 거의 없는 질환이다. 세계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전체 인구의 5.3% 정도가 ADHD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전국적인 유병률 조사 결과는 약 6.5%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경우 잠정 환자 수 대비 치료율이 50%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약 11.2%로 매우 낮다. 진단을 받아도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도움을 받아야 할 수많은 아이가 그냥 어른이 되어버린다. 나는 그것이 더 무섭다.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사고들. 운전하다가 화나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보복운전을 하고,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데 욱해서 소리 지르고 싸우는 것은 다 조절이 안돼 일어나는 일이다.
ADHD의 핵심은 ‘조절 능력의 미숙함’이다. 주의력은 인간의 조절 기능 중 중요한 영역에 해당한다. 우리는 이 주의력 기능을 ‘학습’에만 국한시켜서 생각한다. 수업을 방해하거나 공공장소에서 움직임이 많거나 집중을 못해 성적이 떨어질 때만 ‘집중력 부족’을 걱정한다. 집중력 또한 주의력 기능 중 일부이다. 이마저도 “애들 다 그래. 크면 다 좋아져”라고 쉽게 생각해 버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ADHD로 진단을 받은 아이의 70% 이상이 청소년기까지 증상이 지속되고, 50∼65%가 성인기까지 증상이 남아 있다.
나는 부모들에게 주의력의 역할을 ‘공항의 관제탑’과 같다고 말하곤 한다. 한마디로 하자면 ‘조절 능력’인데,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상황이 생기면 전체를 조망하여 중요도를 따져 우선순서를 정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그 계획을 처리해 나가기 위해서 뇌를 활성화시키고, 결과를 미리 예측해 보면서 진행하고, 속도를 조절하고, 중간중간 수정하고, 하기 싫은 일에도 내적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를 가르치는 목적도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즉, 아이가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가기 위한 통찰력과 나이에 맞는 조절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다.
아이가 문제가 있어 걱정이 되면 숨기지 말고 부모가 서로 진지하게 의논을 해야 한다. 이때 서로를 탓하거나 집안을 들먹거리면 안 된다. 아이의 문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마음이 힘들다. 이 힘든 마음을 잠시 잊기 위하여 아이의 문제를 부정하거나 외면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아이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아이는 무한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은 아이의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 부모가 노력하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인 문제는 반드시 전문의와 의논하여야 한다. 이 과정을 두려워하지 말자. 아이는 도움이 필요한 것일 뿐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