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 정치부 차장
악어: 내가 아기를 잡아먹을지 아닐지 알아맞히면 아기를 무사히 돌려주지.
어머니: 오오! 너는 내 아기를 잡아먹고 말 거야.
악어는 골치가 아파 아기를 돌려주고 말았다. 어머니는 기뻐하며 아기와 함께 달아났다.
악어: 빌어먹을! 저 여자가 내가 아기를 돌려줄 것이라고만 했어도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을 텐데….’(이야기 파라독스·마틴 가드너 지음·사계절)
짧은 얘기지만 악어가 자신의 욕심(아기를 잡아먹는 것)을 챙기려고 던진 문제에 논리적 오류가 발생하자 원치 않는 선택(아기를 돌려주는 것)을 하는 고심의 과정이 담겨 있다. 문득 이 얘기가 떠오른 것은 이수용 북한 외무상의 최근 미국 방문을 지켜보면서였다. 이수용은 23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면 핵실험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를 보면서 만약 이수용이 악어의 방식으로 “우리가 핵실험을 할지, 안 할지 알아맞히면 핵실험을 중지할 것”이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랬다면 지혜로운 어머니처럼 “오오! 니들은 핵실험을 하고야 말 거야”라고 역설적으로 말했을 텐데…. 그럼 북한은 “핵실험을 안 하면, 네가 못 알아맞힌 것이니까 핵실험을 해야 하고, 핵실험을 하면 네가 맞힌 셈이니까 안 해야 할 텐데…”라며 핵실험을 포기해야 하는데….
하지만 이는 북한이 논리적으로만 움직인다는 전제하에서나 가능한 얘기일 것이다. 아기를 돌려준 악어와 달리 북한은 핵실험 실시라는 일방적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북한 외교의 취약성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 배경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미 3월 15일에 ‘빠른 시일 안에 핵탄두 폭발시험을 하라’고 지시했으니 외무성은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엔 개의치 않고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주장으로 명분만 쌓아야 할 처지다.
그런데, 이렇게 핵무장을 하면 북한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있을까. 5월 당 대회에서 ‘자강력’을 앞세우며 경제·핵 병진노선을 강조한다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경제가 갑자기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전 세계가 ‘문제는 경제’라는 인식 아래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데 북한 혼자 핵과 미사일이라는 ‘죽음의 무기’에만 집착하고 있다.
북한에 논리가 통한다면, “오오! 너의 경제는 실패하고 말 거야”라는 역설이라도 던져야 핵무기보다는 경제에 더 신경을 쓰려나.
김영식 정치부 차장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