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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官制 징검다리 휴일

입력 | 2016-04-27 03:00:00


프랑스에서 예수승천일은 공휴일이다. 일요일인 부활절로부터 40일째 되는 날이어서 늘 목요일이 된다. 그래서 다음 날을 징검다리 휴일로 만들어 4일 연속 쉰다. 프랑스 근로자는 국경일 휴일과 징검다리 휴일을 합해 모두 8일을 쉴 수 있다. 올해는 주말과 겹치지 않은 국경일 휴일이 8회여서 징검다리 휴일은 정해진 유급 휴가일수에서 빼야 한다.

▷일본에는 4월 29일 쇼와의 날, 5월 3일 헌법기념일, 5월 4일 녹색의 날, 5월 5일 어린이날 등 공휴일이 이어진 골든위크가 있다. 올해는 중간에 낀 평일 이틀을 쉬면 열흘 연속 쉴 수 있다. 관공서는 징검다리 날에 쉬지 않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쉰다. 다만 근로자는 연차나 월차에서 쉰 날을 제해야 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내수 진작을 위해 금요일인 5월 6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 상의가 정부와 사전 협의 없이 건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2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어린이날부터 4일 연속 쉴 수 있다. 임시 공휴일이 되면 인건비는 그대로인데 생산일수는 줄어든다. 그러나 팔리지도 않는 상품을 생산만 하면 뭐 할 것인가. 다만 올림픽이나 월드컵이 열리는 것도 아닌데 ‘내수 진작’ 같은 기준으로 임시 공휴일을 만들면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겨우 1주일여 남겨 놓고 임시 공휴일이 되면 기업이나 학교가 부랴부랴 연초 계획을 변경하는 혼란은 어쩔 것인가.

▷공(公)휴일은 말 그대로 또 법적으로도 관(官)이 쉬는 날이다. 기업은 단체협약을 통해 공휴일을 유급 휴일로 삼을 뿐이다. 기업은 공휴일이 아니라도 근로자를 쉬게 할 수 있다. 노동절이 그렇다. 선진국에서 징검다리 휴일에 쉬는 것은 먼저 기업이 근로자에게 휴가를 주고 그런 관행을 학교와 관공서가 가능한 범위에서 따라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관공서가 쉬어야 기업들도 따라 쉰다는 생각이 뿌리 깊다. 기업들이 새 관행을 만들어 본다는 생각 자체가 없다. 모처럼 4일 연휴를 맞게 될 근로자들의 즐거움을 훼방할 뜻은 없지만 따질 것은 따져보자는 이야기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