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1928년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래 항생제는 세균성 질환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의사들의 처방량이 늘어나면서 약효가 떨어지고, 또 항생제로 해결이 안 되는 ‘슈퍼박테리아’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한국은 항생제 사용량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의사는 십수 년의 교육과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아야만 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인간의 건강,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를 다루는 만큼 우리가 ‘믿을 수밖에 없는’ 전문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의사도 인간이기 때문에 항상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지는 않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육체적으로 피곤한 상황에서는 항생제 처방을 내릴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심리학을 이용해 의사들의 항생제 처방을 줄이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예를 들어 항생제 처방 가이드라인을 따르겠다는 서약서에 의사가 자필 서명을 하고 진료실에 붙여 두면, 자필 서명이 없을 때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자신의 약속을 지키려는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의사가 내릴 수 있는 비합리적인 결정들을 제어하고 의사의 올바른 결정을 유도할 수 있도록 병원 차원이나 사회적 차원에서 도와야 한다. 본 연구 결과가 국내 의약계에도 적용돼 시한폭탄 같은 항생제 오남용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기를 희망한다.
주재우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 designmarketinglab@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