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팩-車에어컨용 항균필터 관리조차 안돼
결론부터 말하면 관리하지 않는다. 에어컨에 뿌리는 소독(항균)제와 세정제, 탈취제는 환경부가 위해우려제품에 포함시켜 위해성을 평가하고 있지만 항균 물질이 뿌려진 채 고체 형태로 출시되는 항균 필터는 어느 범주에도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제외된 것.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관리하는 의약외품도 아니다.
위해우려제품 제도가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됐지만 어느 부처에서도 위해성을 평가하거나 관리하지 않아 사각지대에 버려진 제품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쇳가루와 활성탄이 주성분인 핫팩, 젤형으로 나오는 쿨팩, 파티용으로 사용하는 눈(雪) 스프레이, 식물에 뿌리는 잎 광택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품의 유통량과 인체 접촉 빈도, 유해물질 함유량 등을 고려해 매년 2, 3종을 위해우려제품에 포함시킬 계획”이라면서 “일반 공산품과 경계가 모호해 관리 대상을 정하는 데에만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한국환경보건학회지에 게재된 ‘일부 생활화학용품에 함유된 성분 및 유해물질 조사’ 논문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유리 세정제의 뒷면에는 성분 19종이 표기돼 있었지만 업체가 사용하고 있다고 밝힌 실제 성분은 28종으로 9종이나 많았다. 구체적인 이름 대신 ‘용제’ ‘용매’ 등으로 뭉뚱그려 표기했기 때문이다. 다목적 세정제, 곰팡이 제거제에도 표기 성분보다 실제 사용 성분이 각각 5개, 1개 더 많았다.
소비자는 물론이고 정부도 제품 성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정부가 “생활용품에 들어있는 화학물질 정보를 제공하겠다”며 올해 23억8300만 원을 들여 구축한 ‘생활환경 안전정보시스템(ecolife.me.go.kr)’에는 시판 중인 김 서림 방지제 등 전체 생활화학제품 중 10분의 1도 안 되는 632개 제품의 정보만 나와 있다. 성분 정보 역시 ‘계면활성제’ ‘실리콘계’ 등 단편적인 수준이다. 업체에 일반 화학물질 함유량 자료 제출을 강제할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양지연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국민에게 공개할 제품 정보를 업체에 요구하는 것은 최소한의 규제”라고 말했다.
한 번 위해성 평가를 완료한 제품을 재평가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과 빈도, 기간은 소비 트렌드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고 이에 따른 유해물질의 흡입·노출량도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기적인 재평가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도 2000년대 초 기존 ‘가열형 가습기’보다 더 고운 수분 입자를 내뿜는 ‘초음파식 가습기’가 등장하면서 폐질환 피해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며 “같은 제품도 사용 방식이 달라지거나 새로운 기기와 결합했을 때 효과가 어떻게 변하는지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유해성과 위해성
유해성은 성분 자체의 해로운 특성을 뜻한다. 위해성은 사람이 유해한 물질에 노출됐을 때 겪는 피해의 정도를 의미한다.
조건희 becom@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