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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탐방/서울시립대]평생교육·공공의료 강화… “사회적 책임 다 하는 시민의 대학”

입력 | 2016-04-28 03:00:00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은 도시 분야 등 전통적인 강점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융합 전공을 확대함으로써 재학생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역사회 및 성인교육에 기여하는 대학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018년 서울시립대는 개교 100주년을 맞습니다. 배움과 나눔이라는 우리 대학의 가치와 특성을 펼칠 수 있는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차근차근 펼쳐 나갈 계획입니다.”

26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총장실에서 만난 원윤희 총장은 자신이 총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개교 100주년을 맞는 것에 대해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총장은 고민이 많다고 했지만 현재 준비 중인 굵직한 사안들을 설명하는 모습에서 추진력과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간 학교에서 다양한 분야의 보직을 담당하고, 한국조세연구원장을 비롯해 여러 기관에서 활동한 관록이 묻어났다.

1년 남짓 학교를 이끌어 온 소감에 대해 원 총장은 “보직 경험이 많아서 학교 행정 자체가 새롭지는 않았지만 그 경험들을 어떻게 담을지를 많이 생각하게 됐다”면서 “특히 학생의 교육과 경력 개발 문제에 대한 관심이 평교수 시절보다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 서울시립대의 미래를 준비

원 총장은 지난해 3월 취임 후 학내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슬로건을 만들었다. ‘배움과 나눔의 100년, 서울의 자부심’이 그것이다.

슬로건의 취지에 대해 원 총장은 “배움은 우리가 학생을 교육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학생 스스로 서로 다른 분야를 공부하면서 배움을 주고받는 상호적인 의미가 있다. 나눔도 일방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라며 “우리 대학은 공립이자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 학교로서 사회, 서울시, 서울시민과 배움과 나눔을 공유하는 것을 중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대는 이런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학교 발전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5월부터 개교 100주년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학교가 추진하는 핵심 사업으로는 평생교육원 설립, 자유융합대학 신설, 보건대학원 설립 등을 꼽을 수 있다. 원 총장은 사업마다 서울시립대가 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과 서울시립대의 강점을 활용한 미래사회 대비 전략을 강조했다.

원 총장은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사라진 지금, 대학은 재학생이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시기인 20년 뒤를 내다보고 그들이 40대, 50대가 됐을 때 달라진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립대는 올해 자유융합대학을 도입했다. 자유전공학부, 융합전공학부, 교양교육부로 구성된 자유융합대학은 다양한 통섭형 복수전공과 융합기초 교양교육 등을 운영한다.

그는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성인이 계속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도 강화돼야 한다”면서 “5월 개원하는 평생교육원은 교양부터 전문 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인 교육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원 총장이 내년 3월 보건대학원 신설을 목표로 지난해 설립준비위원회를 발족한 것도 학교의 사회적 책무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원 총장은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공중보건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지방자치단체가 공중보건 분야에서 해야 하는 역할도 커지고 있다”면서 “서울시민을 위해 우리 대학이 앞장서 보건, 방역 등 분야에 중점을 둔 보건대학원을 설립한 뒤 이를 공공의료 담당 의대로 발전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의료를 이야기할 때 주로 낙도나 오지의 문제를 언급하지만 공공의료원이 많이 줄어들면서 도심 영세민을 위한 의료서비스도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며 “공공의료의 사각지대를 채울 수 있는 지자체와 대학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학풍 리노베이션’을 꿈꾸다

원 총장은 새로운 시설과 기관을 늘리는 ‘하드웨어’ 확충과 더불어 ‘소프트웨어’ 혁신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즐겨 쓰는 말이 ‘학풍 리노베이션’이다.

원 총장은 “과거 서울시립대의 이미지라고 하면 ‘가난하지만 똑똑한’이라는 말이 많이 나왔고, 지금도 졸업생들의 평판도를 조사하면 똑똑하고 성실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면서 “우리 학생들이 이런 장점을 유지하면서 앞으로는 적극성과 활동성을 더 키웠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원 총장은 체육 활동과 창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아마추어대회에서 우승한 축구팀을 비롯해 미식축구부 등 운동 동아리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올해는 여자축구팀을 창설하고, 전교생 누구나 연중 참여할 수 있는 농구 리그전도 개최할 계획이다. 책상머리에서 취업 준비에만 매몰되지 말고, 함께 땀을 흘리며 진취성과 적극성을 키우는 것이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적극성이라는 측면에서 창업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모든 학생에게 창업을 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학생들과 대화를 나눠 보면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면서 “자유융합대학 안에 창업 과정을 만들고, 평생교육원 건물에 창업 카페를 운영하는 등 창업을 꿈꾸는 학생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생 이모작 준비하는 ‘시민의 배움터’▼
 
5월 2일부터 평생교육원 운영

 
서울시립대는 젊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령화 사회에 맞춰 대학의 역할을 확장하는 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다음 달 2일부터 시민의식을 높이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평생교육원을 운영한다. 1997년 설립한 서울시민대학의 경험과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평생교육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수준 높은 평생교육 인프라를 만든 것이다.

서울시립대 평생교육원은 기존에 서울시민대학이 운영해 오던 전문가 과정과 시민 교양과정의 콘텐츠를 더욱 내실화하는 동시에 학점은행제, 최고위과정, 찾아가는 시민학교, 시민특강 등의 다양한 강좌를 개설한다. 사회적 자산인 대학의 전문성을 활용해 서울시립대가 지향하는 ‘배움’과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전반기에 개원하는 전문교육과정은 직업전문교육과정 및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과정으로 구성됐다. 청소년지도상담사, 플로리스트, 사회조사분석사, 생애건강스포츠지도자 등 20여 개 과목을 가르친다.

후반기에 개설할 최고위과정은 도시 관리, 운영, 기획과 관련한 전문지식을 가르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도시미래전략최고위과정, 유아체육교육최고위과정, 환경관리최고경영자과정 등을 계획하고 있다.

역시 후반기에 개설 예정인 대학연계시민대학은 서울시의 시민대학과 연계한 서울학, 장소인문학 중심의 고급 교양과정이다. 이 과정은 서울의 역사, 문화, 공간, 예술에 대한 이해를 키우고, 서울의 도시성과 문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서울시민의 애향심과 시민의식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 후반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 개설할 시민지도자과정은 도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 지도자와 공공부문 전문가 과정이다. 도시공동체지도자과정은 협동조합, 도시공동체, 도시재생주민협의회 등 관리, 운영에 대해 강의하고 부문화전문가과정에서는 대학생, 기부기관 종사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기부경제학, 기부사회학 등의 이론 과정 및 기부 참여 방법, 기부문화 정착 방향 등을 강의할 예정이다.

고등학교 또는 전문대 졸업자의 고등교육 수요를 채워주기 위한 학점은행제 과정도 열린다. 내년부터 경영학, 행정학, 사회복지학 등을 중심으로 대학 학점으로 인정되는 교육 과정을 개설할 방침이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