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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3년만에 재림한 헤비메탈의 神들

입력 | 2016-04-28 03:00:00

2016 코첼라 페스티벌 뒤집은 록밴드 ‘건스 엔 로지스’ 완전체 무대




23일(현지시간) 미국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무대에 선 밴드 건스 엔 로지스. 앞줄 왼쪽부터 더프 매케이건(베이스기타), 액슬 로즈(보컬), 슬래시(기타). 로즈는 왼쪽다리를 다친 탓에 공연 내내 앉아 있었지만 발을 구르고 어깨, 고개를 마구 흔들며 신들린 듯 절창을 뽑아냈다. 인디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장전된 채 23년간 격발의 순간만 기다려온 굶주린 산탄 같았다.

무대 위에서 액슬 로즈의 목소리와 슬래시의 기타 연주가 만드는 음표 하나하나가 즉각적으로 관객 한 명 한 명의 가슴에 맹렬한 속도로 날아와 꽂혔다. 난사는 2시간 반 동안 이어졌다.

“유 노 웨어 유 아? 유 아 인 코첼라, 베이비!(네가 어디 있는지 알아? 코첼라에 있어!)”

23일 밤(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에서 열린 세계 최대 대중음악 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코첼라)에서 본 ‘건스 엔 로지스’의 공연은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영적 체험’에 가까웠다. 동아일보는 캘리포니아 관광청의 초청을 받아 국내 일간지로는 단독으로 이 현장을 취재했다.

보컬 액슬 로즈는 히트 곡 ‘Welcome to the Jungle’의 ‘정글’을 ‘코첼라’로 바꿔 외쳤고, 이어지는 슬래시(기타리스트)의 도발적인 기타 리프가 옷에 총과 장미를 새긴 8만의 인파를 향해 끓는 기름을 들이부었다.

23년 만에 성사된 역사적 재결합이었다. 건스 엔 로지스는 1억 장 이상의 음반을 판매한 미국의 대표적 록 밴드. 1987년 데뷔해 선정성과 서정성을 겸비한 헤비메탈로 세계적인 붐을 일으켰지만 1993년 로즈만 남기고 분해됐다가 이날 전성기 멤버 슬래시와 더프 매케이건(베이스기타)을 장착해 재림했다.

‘Civil War’ ‘You Could Be Mine’ ‘Sweet Child O‘ Mine’ ‘Paradise City’ ‘Don’t Cry’…. 로즈의 보컬은 마그마의 범람처럼 선명하고 강력했다. 왼쪽 다리 부상으로 목발을 짚고 움직였지만 그는 의자에 앉은 채 성난 사자처럼 오른발을 구르며 포효했다.

하이라이트는 10분에 달하는 발라드 ‘November Rain’. 불꽃처럼 치솟는 슬래시의 기타 멜로디, 피아노 건반을 긁으며 절규하는 로즈…. 인디오의 사막 기후를 뚫고 그들의 노래를 제창하는 수만 개의 눈에 비가 내렸다. 하와이에서 온 크리스 엘리엇 씨(42)는 “내 학창시절을 위로한 그 밴드가 전성기를 능가하는 공연을 보여줬다. 이런 게 바로 인생 최고의 콘서트”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코첼라는 매년 20만 명이 찾는 초대형 행사다. 소인국을 재현한 듯 무대 사이사이 고층건물 높이의 미술 작품이 설치되고, 6개 무대에서 100개 이상의 팀이 공연한다. 대형 스타들은 코첼라만을 위한 예술적 무대연출로 경쟁한다.

23일 래퍼 아이스큐브의 무대도 대중음악사에 한 줄을 추가했다. 힙합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갱스터 랩 그룹 N.W.A의 멤버들이 큐브와 합류해 ‘Fuck tha Police’를 토해냈다. 닥터 드레를 포함한 N.W.A의 생존 멤버 전원이 무대에 함께한 것은 27년 만의 일이다.

팝 싱어송라이터 시아가 코첼라를 택해 연 5년 만의 공연은 파격이었다. 뮤직비디오 영상을 현대무용과 실시간으로 결합한 정교한 실험예술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콘서트 형식의 탄생을 예고했다.

‘Purple Rain’ 등 며칠 전 작고한 프린스를 위한 추모곡도 여러 출연진에 의해 연일 울려 퍼졌다. 국내 가수로 유일하게 참여한 에픽하이는 축제 마지막 날인 24일 객석을 달궜다.

LCD 사운드시스템, M83, 게리 클라크 주니어, 런 더 주얼스, 카마시 워싱턴, 크리스 스테이플턴, 비치 하우스, 데스 그립스의 빼어난 무대는 거대한 노래 한 곡과 같았다. 그것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음악 팬을 위한 승리의 찬가였다.

인디오=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