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총선토론서 지도부 난타
2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4·13총선 호남 참패에 관한 토론회는 전·현직 당 지도부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 호남 지역 현역 의원 4명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광주 선언 이후 패색이 짙어졌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중심으로 김종인 대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주를 이뤘다.
○ “김종인 지도부 무능, 도움은커녕 방해”
당 민주정책연구원(원장 민병두 의원)과 이번 총선에서 컷오프(공천 배제)된 강기정 의원 등이 마련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 지도부의 전략 부재가 호남에서 3석을 얻는 데 그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강기정 의원은 “필리버스터로 기세를 잡았는데 기회를 놓쳤고 (김 대표의) ‘셀프 공천’으로 정확히 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25일 광주에서 시의원들과 간담회를 하려 했지만 전원 불참한 것도 “(김 대표가) 셀프 공천 반성은 안 하고 ‘오라 가라’ 하니 가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강 의원은 “천불이(화가) 난다. 이것도 당이냐”고도 했다.
문 전 대표의 두 차례 호남행도 도마에 올랐지만 반발도 거셌다. 발제자인 전남대 오승용 연구교수는 “(문 전 대표의 광주 선언으로) 20대 총선이 문 전 대표 신임 구도로 갔다”고 평가했다. 이어 “나쁘게 말해 협박과 강요를 한 것이고 호남이 이에 강하게 응답한 것”이라고 주장하자 친문으로 꼽히는 김현 홍종학 의원과 강 의원은 “호남 방문 후 당 지지도가 떨어졌다는 데이터를 인용해 말하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김성주 의원도 “(당 안팎의) 논란 자체가 문제가 됐지, (문 전 대표가) 호남에 온 것 자체는 마이너스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 전당대회 논란 핵심은 호남 리더 싸움
이처럼 호남 참패로 사실상 ‘호남의 리더’가 사라진 것이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둘러싼 논란의 이면에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무주공산이 된 호남의 리더를 놓고 벌어지는 싸움이 핵심이라는 얘기다.
가장 적극적인 인사는 김 대표다. 김 대표는 조부인 가인 김병로 선생이 전북 순창 출신인 점을 내세우고 있다. 4·13총선 선거 유세 기간 도중 가인 생가를 방문했던 김 대표는 다음 달 2일에도 전북을 찾는다. 당 관계자는 “뿌리가 호남에 있다는 점을 강조해 김 대표 측이 바라는 ‘전대 연기론’이 힘을 받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남 강진에서 20개월째 머물고 있는 손학규 전 상임고문의 행보도 변수다. ‘손학규계’는 이번 총선에서 20여 명이 당선됐다. 호남 당선자 3명 중 2명(이춘석 이개호)이 ‘손학규계’다.
차길호 kilo@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