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
사노 요코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가 쓰고 그린 ‘100만 번 산 고양이’는 유명한 그림책이고 일본 정부의 훈장까지 받았다. 제목이 ‘사는 게 뭐라고’. 초월적인 내용인가 싶었다.
그리고 난 곧 아침에 일어나기 귀찮아 발로 커튼을 여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게 된다. 친구가 여자친구랑 헤어진다고 하자 그녀가 잘 만들던 요리의 레시피를 알기 위해 ‘헤어진다며? 그럼 간 페이스트 만드는 법 좀 가르쳐 줘’라고 전화를 걸었다는 고약한 이야기도 있다. 명절에 비디오를 빌리러 가다가 ‘저 할머니 명절에 비디오나 빌리네’라는 시선을 받을까 무서워 못 빌리고 돌아온 얘기, ‘욘사마’에 빠진 이야기까지 전혀 초월적이지 않은 글이 이어졌다. 그리고 중간 중간 같은 무게로 이혼을 두 번 한 것, 아들과 10년간 말을 하지 않은 것, 그런 이야기가 꽁치에 오렌지 주스를 넣어 밥을 지은 이야기와 함께 불쑥 나왔다.
사노 요코 정도면 승천해버려도 될 텐데. 하늘이 얼마나 푸른지, 가끔 부는 바람은 얼마나 달고 꽃은 아름다운지, 그런 삶의 발견에 대해서만 한가롭고 우아하게 얘기해도 될 텐데, 그는 검은 흙 속에서 발견하는 벌레와 손에서 나는 쇠 냄새에 대해 이야기했다. 잠시 오는 깨달음 뒤에 어김없이 돌아가게 되는 한심함을 이야기했다. 인간의 징그러움에 대해, 늙는 것의 끔찍함을 이야기했고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무슨 말을 해도 사노 요코가 비웃을 준비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책의 원제는 ‘쓸모없는 나날’이다. 역시 사자는 용감하다.
오지은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