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종 국제부 기자
1998년 10월 2대 총리에 취임한 미쿨라시 주린다(재임 기간 1998∼2006년)는 경제 성장을 위한 해법을 찾아야 했다. 실업률은 1998년 12.6%, 2001년 19.2%에 달했다. 게다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려면 2007년까지 거시경제 지표를 EU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했다. 주린다 총리는 세제개혁을 선택했다. 세제의 효율성과 투명성 형평성 단순성을 높여 경쟁력을 높여가기로 했다. 2004년 1월부터 세율이 제각각이어서 복잡한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를 모두 세율 19%의 단일세제로 바꿨다. 단일세제를 채택한 나라는 슬로바키아가 유일했다.
그 대신 면세와 감세 혜택을 줄이거나 없앴다. 당연히 조세는 투명해지고 형평성도 높아졌다. 단순한 과세제도는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조세 저항도 줄어들었다. 탈세와 조세 회피도 감소했고 행정 간소화로 예산까지 아꼈다. 국민 대부분이 이전보다 세금을 덜 내게 돼 근로의욕도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인세 증가로 전체 세수는 오히려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2004년 세제개혁 전 2.4%에서 주린다 총리의 마지막 재임연도인 2006년엔 2.8%로 늘어났다. 세입도 2004년 143억 유로(약 18조5000억 원)에서 2010년 186억 유로(약 24조 원)로 증가했다.
‘과세의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특정 산업에 지나친 세금을 매기면 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형평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조세 저항이 커진다. 세금을 통한 부의 재분배도 고려해야 한다. 당장 슬로바키아처럼 단일세제로 개편하고 세금을 적게 매겨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관성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 경제성장, 성장을 이끄는 분배를 염두에 두고 과세 전략을 짜야 한다. 지금 국회에선 법인세 인상을 놓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한창이지만 과세 전략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유종 국제부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