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의 해’ 지정한 웨일스
영국 웨일스 북서부 대도시 뱅고어에서 1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카나번 성. 중세시대를 대표하는 고성 중 하나로 14세기경 왕궁으로 지어졌다. 1969년 이곳에서 찰스 왕세자 서임식이 진행됐고, 이 행사가 생중계돼 더더욱 유명해졌다. 카나번=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웨일스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어릴 적 음악시간에 배운 웨일스 민요가 간혹 있었고 프로축구 선수 라이언 긱스가 이곳 출신이란 것 외에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이 지역에 대한 정보가 우리나라에선 전무하다시피한 낯선 지역이다. 국내 대형서점조차도 웨일스를 단일 주제로 한 책이 거의 없었다.
기자를 태운 차는 초록빛 풀밭과 양들이 수 십 번씩 반복되는 언덕을 오르내린다. 윈도 컴퓨터 초기화면에서 익숙하게 본 지형이다. 산자락 중턱에 차가 멈춘다. 가이드 하드윈 씨가 “저만의 비밀 전망대입니다” 하며 나무 사이를 가리킨다. 시간을 거슬러 온 느낌이다. 언덕 아래 펼쳐진 풍경은 중세 마을 모습 그대로다. 멀리 바닷가 바짝 붙어 콘위 성이 거인처럼 서있고 언덕 아래 마을을 빙 둘러 성벽이 병풍처럼 바깥 세계를 향해 굳게 막아서 있다. 그야말로 철옹성이다. 바다 위엔 수백 척의 요트들이 한가로이 떠있다. 웨일스에는 콘위 성 외에 카나번 성 등 고성들이 641개나 된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콘위 성을 찾았다. 완공하는 데 만 4년(1283∼1287년)밖에 안 걸린 초고속 성채다. 그런데도 견고하게 지어져 보존 상태가 좋아 중세 고성 연구에 중요한 성이다. 불행히도 이 성은 잉글랜드 왕 에드워드 1세가 웨일스를 침략해 쌓은 잉글랜드 성이다. 고성 해설사 윌리엄스 씨는 “친구들이 내게 왜 하필 잉글랜드가 정복해 만든 성에서 일하느냐”며 핀잔을 준다고 한다. 이어 그는 목소리를 높이며 말한다. “그때마다 저는 말하죠. 역사는 역사고 오래전 이야기다. 지금 이 성 꼭대기에 있는 깃발을 보세요. 바로 웨일스 깃발 아닙니까? 뭐가 문제죠?” 일행은 웃음과 함께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수백 년 고성 망루에서 서쪽으로 펼쳐진 스노든 산맥을 바라본다. 성 안의 잉글랜드인들과 성문 밖 웨일스인들을 떠올려 본다. 산 주변 마을에서 척박하게 살아가는 웨일스인들에게 이곳은 동화 속 꿈같은 도시였으리라.
스노든 산 호수에서 관광객들이 카약과 패들링을 즐기고 있다. 산악 지형이 많은 북웨일스는 산악자전거와 래프팅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인기 지역이다.
호수 위엔 봄을 즐기려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이미 여기저기 발걸음을 하고 있다.
카약 조교로부터 스트레칭과 노젓기 학습을 마치고 카약에 올랐다. 저 멀리 스노든 산 정상이 대장처럼 우뚝 서있다. 호수 가장자리엔 나무들이 물 속에서 아직도 살아있다. 나무 숲 사이를 가로질러 여기저기 움직여 본다.
탐험가가 따로 있으랴. 노젓기에 집중하고 자연에 취하다 보니 잠시 현실감을 잊을 정도다. 그렇다! 여기는 웨일스의 자연 한가운데다.
웨일스=이훈구 기자 ufo@dong.com
▼소박한 마을, 예쁜 건물… 중세가 눈앞에!▼
소소한 기쁨 주는 웨일스 구경거리
[1] 도자기마을 포트메이리언(Portmeirion):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마을 포르트피노를 동경해 20세기 초 만든 지중해풍 도자기 마을. 원색으로 칠해진 집들과 수십 개의 대리석상들을 감상할 수 있다.
www.portmeirion-village.com
[2] 유기농 식당 보드넌트(Bodnant): 지역에서만 나오는 양·소고기, 야채, 과일 등으로 요리한 식당과 시장이다. 요리교실체험 프로그램이 있고, 미식가들에겐 필수코스.
www.bodnant-welshfood.co.uk
[3] 영국에서 가장 긴 마을이름: 북동부 도시 뱅고어 옆, 작은 마을이지만 인기 있다. ‘Llanfairpwllgwyngyllgogerychwyrndrobwllllantysiliogogogoch’. 뜻은 ‘빠른 물살 소용돌이 옆 흰 개암나무의 구덩이 속 성 마리아 교회와 붉은 굴의 성 티실리오 교회’라고 한다.
[4] 영국에서 가장 작은 집: 콘위 성 마을에 붙어있는 항구 바로 앞에 있다. 높이 3m 폭 1.8m로 마지막 거주자는 어부였는데 180cm가 넘는 거구였다고 한다.
[5] 콘위 캐슬 호텔(Conwy Castle Hotel): 성문 안 마을 중심가에 세워진 1570년대부터 운영해 온 고즈넉하고 유서깊은 호텔. 중세시대 집에 온 느낌이다.
www.castlewales.co.uk
[6] 블랙보이 인(Black Boy Inn): 카나번 성 북문 바로 들어서자마자 보인다. 15세기부터 항구에 도착한 이들을 맞은 매우 오래된 숙소다. 예전에는 이 지역이 홍등가였다.
www.black-boy-inn.com
도움말 문화지리학자 김이재 교수(경인교대)
△영국관광청 웹사이트 www.visitbritain.com △웨일스관광청 웹사이트 www.visitwales.com △웨일스 투어가이드 존 하드윈 www.boutiquetours.co.uk Tel 0750-020-94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