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개조, 이제는 실행이다]<5>정부 대책 실효성 높이려면
정부가 최근 잇따라 내놓은 부실기업 구조조정 계획과 신산업 육성 정책과 관련해 전직 경제수장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10명의 자문단은 29일 이 같은 평가를 내렸다. 정부가 환부를 과감히 도려낸 뒤, 필요한 경우 국책은행 자본 확충이나 추가경정예산을 동원해서라도 적극적인 구조조정 자금 지원 및 실직자 대책을 추진해야 정부 대책의 실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신산업 육성을 위해선 기업이 적극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 “해운업 구조조정 원칙 천명 잘한 일”
다만 빈사 상태에 빠진 해운업 외에 조선 등 다른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이 원론적인 언급에 그친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자칫 유동성 위기가 코앞에 닥칠 때까지 손을 놓고 있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수년 전부터 구조조정을 하자는 말이 나왔고, 조선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여전히 정부가 원론적 입장에 머물러 있다”고 비판했다.
○ “구조조정의 정치이슈화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발표한 대책의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무엇보다 정치권의 간섭이 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원 감축이 불가피한 구조조정에 정치권은 난색을 보이고 이런저런 요구를 하겠지만 이를 다 받아주다가는 그나마 애써 마련한 정부의 계획마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외과수술을 하는데 병원장이나 보호자가 달려와서 간섭하면 의사가 손이 떨려 수술을 할 수 없다”며 “큰 그림은 기획재정부가 그리겠지만 구조조정 수술 집도는 금융위원회에 믿고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데에는 의견을 모았지만 방법론은 각기 달랐다. 최 전 장관은 “유동성을 늘리기 위해 한국은행을 이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정부 출자로 국책은행에 실탄을 지원하는 방법이 구조조정에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는 “정부 재정도 동원하고 한국은행까지 관련 주체들이 분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정식 연세대 교수(경제학)도 “구조조정 재원을 재정으로 충당할 경우 국가 부채가 늘어나고 경기 부양을 위한 확대 재정정책을 쓸 수 없다”며 “결국 한국은행이 나서야 하지 않겠냐고 본다”고 말했다.
○ “신산업 파격적 인센티브 진일보한 정책”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신약 등 신산업 분야에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경우 정부가 세제 예산 금융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한 ‘4·28 신산업 육성 대책’의 정책방향에 대해선 상당수 전문가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재부) 장관은 “창조경제라는 모호한 구호를 구체화시켜 신산업을 골라내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정책은 진일보한 것”이라며 “일자리가 생기는 분야는 신산업밖에 없는 만큼 기업이 잘할 수 있는 틀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의도한 효과를 내기 위해선 추가적인 지원책이 더 필요하고 앞으로 정부가 기업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박민우·손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