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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뷰스]공공지원 임대주택 확충, 선택 아닌 필수

입력 | 2016-05-02 03:00:00


김동주 국토연구원장

정부는 무주택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최저소득가구에 주거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또 기업형 주택임대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체감 주거비 부담 증가, 장기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 부족, 임대차 시장에서 주택 정보 및 분쟁조정 기준 미비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4·28대책’은 이런 부분을 보완하면서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대책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의 주거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책 수단의 체계적 운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임대주택 공급 확대에 민간의 역량을 활용하는 방안이 눈에 띈다. 행복주택과 기업형 임대주택을 2017년까지 총 30만 채 공급하고, 민간의 참여를 독려하겠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또 임대주택을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리츠(부동산투자회사) 등 다양한 공급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규제 합리화 및 금융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공공 임대주택을 수혜자의 시각에서 ‘공공지원 임대주택’으로 확대 개편한 것도 민간의 참여를 늘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지원 임대주택은 공급주체를 다양화하고 기금 및 세제지원을 확대해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는 장기임대주택이다. 민간 임대주택이라도 정부의 재정 투입 없이, 기금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관리업무 지원을 통해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해외 선진국들의 임대주택 정책 흐름과도 부합한다. 선진국들은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 임대주택 외에 융자, 세금 감면 등 공공지원을 받아 저렴하게 임대하는 민간 임대주택을 ‘사회 임대주택(social rental housing)’으로 관리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까지 공공지원 임대주택의 재고비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 수준까지 올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공공 임대리츠를 활성화하고 집주인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민간참여의 공급방식을 다양화했다.

한국에서 공공 임대주택은 1980년대 도입된 후 주거복지 정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현재 공공주택 사업자가 공급하는 임대주택은 118만 채다. 임대 의무기간이 10년 이상인 장기 공공 임대주택은 107만 채 수준으로 전체 주택 재고의 약 6%다. 2000∼2014년 국내 공공 임대 관련 재정보조와 융자지원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0.36%로 OECD 유럽 27개국의 평균 투자수준(0.11%)에 비해 높은 편이다. 재정보조 비율만 0.09%로 재정 부담도 크다.

앞으로 공공 임대주택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려면 민간 부문의 역할이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 민간의 참여를 통한 임대주택 활성화는 시대적으로 필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이는 국가재정부담을 완화하고 경제 발전의 동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국민들 개개인의 삶을 돌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양한 주거계층의 생애주기에 부합하는 맞춤형 주거지원을 통해 국민생활이 보다 향상되기를 희망한다.

김동주 국토연구원장